[우리의 주장] 우리를 슬프게 하는 '어린 죽음'
초등학교 5학년 어린 생명이 써놓은 ‘죽음의 일기’를 한국사회는 보았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종일 과외공부로 내몰아대는 질식할 것 같은 환경속에서 가녀린 생명은 “자살도구를 준비해놨다….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라고 한탄했다. 보이스카우트용 끈에 자신의 목을 맨 소년의 죽음 이후에야 부모와 교사는 우리 모두는 그의 숨죽인 절규를 들여다 보았을 뿐이다.
올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다음날, 대입 재수생이던 한 여학생은 “인생의 낙오자란 말을 들을까 두렵다”며 목숨을 끊었다. 수능시험을 겉핥기로 평가한 입시전문학원들이 성급하게 내놓은 점수예상에 비추어 20점이나 못미치자 낙담하였고 모든 언론매체가 앞다투어 점수 상승 예상을 내밀자 죽음으로 짧은 생을 마감해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신문 방송은 집단오보를 저질렀고 꽃다운 생명은 돌이킬 수 없었다.
매체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경박함과 설익음에 고개를 들 수 가 없다. 깊이 자성한다.
서울 강남의 13평짜리 재건축 딱지 한 장이 6억원을 이미 돌파하였다. 그 일대의 한 유명학원이 어느 일요일날 학원예비등록차 학생 레벨테스트를 실시하자 학부형의 차가 몰려들어 왕복 10개 차로가 수시간 정체를 빚었다. 유명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고액과외를 한다는 말은 헛소문이 아니다. 1년새 강남의 아파트값 상승폭은 웬만한 월급생활자 평균 1년 연봉 두서너배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부동산 재산가치를 둘러싸고 엄청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허둥지둥 부동산 대책이 선보이게 된 것도 그 근본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학부모는 자녀들을 연쇄 과외수업으로 몰아대고 학교와 학원은 학생을 점수기계로 만든다. 초등학교 5,6학년생이 선행학습이다 하면서 중3학년생이 배우고 있는 과정을 미리 공부해야만 안심이 되는 한국사회인 것이다. 이 말도 안되는 기형적 교육시스템 속에서 우리 언론매체는 무엇을 하였는가. 여전히 학벌위주의 보도 행태를 나타냈고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논평을 생산하였다. “능력은 학력이고 학력은 점수이다”라는 명제에 동조하지 않았던가. 상업적 입시전문학원들이 쏟아내는 자료와 분석을 여과장치없이 확대재생산하여 보도하였다. 교육 근본을 바로 일으켜 세워주는 문제제기는 하지않고 타매체에 뒤질세라 앞다투어 입시의‘전략 전술’만을 소개해주는 것에 진력하였다. 그 소용돌이속에서 어린 생명들은 끊임없이 절규하였고 하나 둘 절망하여 죽음으로 이끌려갔다.
기존 교육제도의 온존과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시험에 언론이 반기를 들어야 한다. 기존 학력평가시스템이 그대로 있는 한 우리의 어린 생명들은 악순환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점수능력이 아니라 삶을 진정으로 사유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도록 언론이 나서야 한다. 암기식 족집게 공부를 폐하고 세계와 사회를 분석하고 논리를 키워나가는 인식의 단초를 언론이 제공해줘야 한다. 교육을 다루는 신문 지면과 방송 스튜디오안에 ‘물고기처럼 자유로운 배움 정신’이 가득차게 해야한다. 안타까운 두 죽음을 보면서 성적으로 인생을 재단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이 하루빨리 종식될 수 있도록 다짐하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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