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가장 주목받은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류호정 정의당 의원일 것이다. 지난 4일, 류 의원이 붉은색 패턴 원피스에 운동화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어두운 계열 정장 차림 일색의 국회 본회의장에서 류 의원은 단연 눈에 띄었다.
원피스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에 대한 세간의 반응이었다. “때와 장소를 가려라” “바캉스 갔냐”는 힐난성 반응부터 “술집여자 같다” “티켓다방 생각난다”며 류 의원을 성적 대상화해 성희롱하는 발언까지 쏟아졌다.
류 의원의 ‘원피스’에 쏠린 세간의 관심에 언론도 적극 부응했다. 초선인 류 의원에 대한 기사가 그야말로 ‘폭우’처럼 쏟아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테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류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한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7일 동안 ‘류호정 원피스’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총 313건의 기사가 쓰여졌다. 세계일보 37건, 조선일보 23건, 중앙일보 21건 등 주요 일간지에서 수십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류 의원의 ‘원피스’가 처음 논란이 된 5일 네이버 모바일에 입점한 각 언론사 뉴스 채널엔 류 의원의 사진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류 의원의 옷차림에 대한 과도한 지적과 비난, ‘술집 여자’ 등에 비유한 성희롱성 발언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문제제기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온라인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이를 적극 이용하는 행태를 보였다. 류 의원이 입은 원피스의 브랜드, 가격을 보도하고, 해당 원피스가 ‘품절’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또 류 의원의 평소 ‘출근 패션’을 기사거리로 삼기도 했다. “없어서 못사는 ‘류호정 원피스’” “전문가가 본 ‘류호정 원피스” 등의 기사가 생산됐다.
한편 원피스에 집중된 관심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이런 시각이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여성을 외모와 옷차림으로 평가하는 성차별적 문화에서 비롯된 것임을 짚는 보도도 있었다. 류 의원을 지지하는 여성 정치인들의 발언을 다루고, 류 의원이 겪은 ‘옷차림 지적’이 평범한 여성 직장인들은 일상처럼 겪는 일임을 다룬 기사도 눈에 띄었다. 류 의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비판적으로 접근한 좋은 사례다.
초선 비례대표인 류 의원은 21대 최연소 국회의원이다. 하지만 류 의원은 그가 청년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의정활동을 벌이는지가 아닌 ‘젊은 여성의 옷차림’ 때문에 주목받았다. 여성은 공적인 장소에서 공무를 수행할 지라도 끊임없이 외모와 성적 이미지로 평가받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류 의원 이전에도 2012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김재연 의원이 당을 상징하는 색깔인 보라색 미니스커트를 입었다가 기사거리가 됐다. 당시 김 의원도 “의정 활동 중 기자들이 복장과 가방 브랜드에 지속적 관심을 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피스 말고 일하는 모습도 봐달라”는 류 의원의 말이 아프게 들리는 이유다.
류 의원은 그동안 쿠팡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왔고, 포괄임금제 폐지, 청년 노동권 보호법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엔 강간의 기준을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바꾸어 성폭력에 대한 개념을 확대하기 위한 ‘비동의강간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10일엔 ‘비동의강간법’을 소개하는 대자보 100장을 의원회관에 붙이기도 했다.
류 의원의 말대로 더이상 그의 옷차림이 아닌 그가 하는 일에 주목해야 할 때다. 그러라고 뽑아놓은 국회의원이며,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로 제대로 일 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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