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발표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스크 사용 권고안은 그야말로 코미디였다. 감염증 유행 초기만 해도 KF94 마스크를 권장하고 재사용하지 말 것을 주문한 정부 부처가 마스크 대란을 심하게 겪자 감염 우려가 높지 않을 경우 면 마스크도 괜찮다며 기준을 낮춘 것이다. 급기야 깨끗하게 보관했을 경우는 재사용도 가능하다니. 그간 KF 마스크를 구하려 들인 노력과 비용이 얼마인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만 가중됐다.
몇 해 전에도 헛웃음을 짓게 한 발표가 있었다. 지난 2016년 환경부는 고등어 조리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나온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한동안 난리가 났다. 국민 생선 고등어가 마치 미세먼지의 주범인 양 누명을 썼고 고등어 값이 크게 하락했단 기사도 쏟아졌다. 당시 최대 관심사가 중국발 미세먼지였는데 갑자기 주관 부처의 입에서 고등어가 튀어나왔으니 중국발 영향을 희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국민의 동감을 얻지 못한 정부의 대책은 있으나 마나하다. KF 마스크가 귀한 상황에서 나온 피치 못할 정책이라 할지라도 대다수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시기에 정부가 전할 정보였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고등어 논란도 실내에서 요리할 때 먼지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니까 창문을 열고 꼭 환기를 했으면 하는 국민 건강을 생각한 환경부의 당부였을 것이다. 그러나 적절치 못한 시기에 나온 정보는 오히려 짜증과 분노만 키운 꼴이 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들의 마스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빨아 쓰는 나노 마스크, 필터 교체형 마스크 등 국내 연구진의 연구와 개발도 한창이다. 이럴 때 정부는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을 둔 명확한 마스크 착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급박한 상황에서 ‘고육지책’격인 정책이 신뢰도를 떨어뜨려 불안감만 가중시킨 걸 여러 번 경험했다. 지금은 마스크 수급도 원활하고 각계에서의 관심도 뜨겁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사용 지침 기준을 마련할 적기인 것이다.
코로나19와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속에 침투해 건강을 해친다. 물론 코로나19는 미세먼지보다 인체에 더 즉각 반응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때문에 ‘마스크 대란’도 벌어졌다. 미세먼지도 코로나 못지않다. 한 해 동안 초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1만2000여명에 달한다. 미세먼지가 단순히 불편하고 답답한 존재가 더는 아니다. 혹시 마스크 관심이 코로나 종식과 함께 줄어들어 고농도 미세먼지가 있을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도 코로나19의 경각심과 마스크 사용을 미세먼지까지 끌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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