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동학’운동일까. 동학농민운동의 의병들은 우금치전투에서 일본의 개틀링 기관총에 쓸려 나가며 처절한 패배로 끝났다. 아마 동학농민운동이 조선 관군과 일본 연합군에 맞섰던 점과 국내기관 및 외국인투자자의 동시 매도 속 개인들이 나홀로 순매수에 나선 상황 정도를 빗댄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단 네티즌이 재미로 하는 작명놀이 정도로 여기면 될듯하다.
이들이 구국의 정신으로 외국인 매도에 맞서 한국증시를 지키고자 뛰어든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IMF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학습효과와 저금리, 부동산 규제가 맞물리면서 돈 벌 곳을 찾아 증시로 몰려들었을 뿐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26조원의 주식을 사들이고도 계좌에 대기중인 자금만 40조원에 달한다. 간만에 증시로 복귀한 개인투자자들에 대해 기대와 불안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에 쏠린 투자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될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국내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7%에 달한다. 부동산은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이었을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 창출에 별도움이 안된다. 자산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진작되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도 미미하다. 반면, 주식이 오르면 사람들은 차를 바꾸고 옷을 산다. 시가총액 1000억원짜리 아파트 단지는 경비원 몇 명을 고용하겠지만 같은 시총의 기업은 수 백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국내총생산(GDP) 상승에 기여한다. 부의 파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안되는 집값 상승은 본질적으로 제로섬게임이다. 이에 반해 고용과 성장의 주체인 기업에 자금줄 역할을 해주는 자본시장은 플러스섬 게임이다. 내 삼성전자 주식이 오른다고 남이 손해 보는 구조가 아니다.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렸던 개인들이 주식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은 그래서 고무적이다.
증시 문전성시를 이루는 개인투자자를 보는 불안한 시각도 갈수록 늘고 있다. 금융시장의 성마른 속성에 한국인 특유의 쏠림까지 더해지며 벌써부터 조급함이 엿보인다. 대박을 노리고 마이너스통장을 파서 투자에 뛰어든 직장인이 적지 않다. 2017년 말 이후 내리막을 걷다가 2년이 지나서야 주가가 겨우 반등한 삼성전자에만 개인 순매수의 30%가 넘는 8조원이 몰렸다. 코로나 치료와 연관될 기미만 있어도 상한가가 속출하는 요즘 증시는 2018년 초 바이오 버블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런 개인투자자들의 열기와는 달리 요즘 전문가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증시가 어떤 더블유(W)를 그릴 것인가이다. 과거 급락장 이후엔 대부분 W자 반등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폭락했던 증시가 일부 반등하며 더블유의 왼쪽 골은 이미 만들어졌다. 오른쪽 골이 클지 작을지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모른다. 아예 지루한 L자 국면이 이어질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자칫 역(逆)학습효과로 개인들이 “내 인생에 다시는 주식 없다”라며 영원히 증시를 떠나 아파트로 몰려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얼마나 길고 험할지 알 수 없는 골짜기를 개인투자자들이 얼마나 끈기 있고 분별 있게 넘느냐에 따라 자본시장으로 유입된 부동자금 선순환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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