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취재진 안전대책 시급하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최근 모 정부청사에선 출입기자 중 한 명이 폐렴증세로 입원하자 이틀간 기자실을 폐쇄하고 방역하는 일이 있었다. 지나가다 기침하는 행인과 마주치기만 해도 깜짝 놀라는 ‘이 시국’이니 혹시 코로나19에 감염된 게 아닌가, 의심됐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 코로나19가 아니어서 해프닝에 그쳤지만 동료 기자들과 당국자들은 하루 이틀 동안 불안에 떨어야했다. 만약 확진 판정이 났다면 기자실은 물론이고 옆에 붙어있는 대변인실과 지하 구내식당, 매점이 모두 폐쇄됐을 거다. 본의 아니게 해당 부처 업무에 막대한 차질을 빚었을 수도 있다. 


기자의 주된 일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교환하는 거다. 그만큼 만나는 사람이 많고 다양하며 행동반경도 넓다. 기자실 환경은 어떤가. 보통 책꽂이 달린 책상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중앙에 환담을 나눌 수 있는 소파나 책상이 마련된 구조여서 평소에도 ‘내 공간’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다. 비공식 브리핑이라도 있으면 옆 사람과 어깨를 붙이고 앉아 코앞에 있는 당국자의 말을 들을 때도 많다. 본인이 모르는 사이 ‘슈퍼 전파자’가 될 조건을 갖추게 된 셈이다. 평소 인식하지 못했던 취재원과 나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웠다는 걸 최근에야 깨닫고 귀찮아서 주머니에 구겨 넣었던 마스크를 꺼내든 기억들, 있지 않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전선에 뛰고 있는 의료진들과 방역당국자들에 감히 비할 수 없겠지만 기자들도 코로나 사태의 최일선에서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거점병원이나 집단 감염이 일어난 현장을 빼놓을 수 없고 마스크 대란으로 수십, 수백 미터씩 줄을 서는 약국 역시 주요 취재장소이다. 최근 대구에선 취재진이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을 취재하다 확진 환자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사례까지 있었으니 일반시민들보다 바이러스의 위험에 더욱 노출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언론사들이 있다지만 요즘처럼 매일매일 코로나19 관련 기사와 현장이 새롭게 쏟아지는 상황에선 집에서 취재하겠다는 말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방송사의 경우 회사에 특수한 영상편집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구조적으로 집에서 업무를 하긴 힘들다. 정부가 앞장서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기자들은 예외이다. 그래서 전염병 취재진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대책이 더욱 시급하다.  


기자실 환경의 열악함을 인지한 모 언론사는 1, 2진 기자들에게 멀리 떨어져 앉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한꺼번에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취지인데 회사가 내놓은 대책치곤 주먹구구식이다. 전 세계적 유행이 현실화되면서 해외 특파원들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교대해 줄 동료기자 없이 한두 명의 기자가 취재를 도맡아야 하는 특성상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은 한국보다 높고 자가 격리 등 안전을 도모할 여유는 한국보다 적다. 마스크 품귀가 전 세계적 현상이어서 개인적으로 준비하지 못한 특파원들은 마스크 없이 지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으로의 출입국을 제한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어 귀환시키기도 여의치 않다.  


가혹하지만 종군기자와 전염병 취재진을 비교한 네티즌이 있었다. 전장에 나간 종군기자는 유사시 혼자 다치거나 죽게 되겠지만 전염병 취재진은 슈퍼 전파자가 돼 전염병의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과한 해석이라 치부하기에 코로나19의 전파력이 매섭다. 취재진 개인의 안전뿐 아니라 직장 내, 지역사회 내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보도 책임자들이 나서 안전대책을 마련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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