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회사에 투자한 주주를 환영하지는 못할망정 무차별 공격하는 것은 자유 시장경제에 반하는 행위이고 더욱이 투자자산을 무상으로 넘기라고 협박까지 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불법행위다.” 서울신문 관계자 7명을 서울중앙지검에 특수공갈 등 혐의로 고소했다는 내용을 담은 지난 11일 호반건설 보도자료에 나오는 호반건설 측 변호사의 말이다.
협박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변호사가 “불법행위”라고 했으니 이쯤 되면 서울신문은 조폭이나 다름없다. 2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사들인 서울신문 주식(19.4%)을 공짜로 넘기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기사로 ‘조지겠다’고 협박했으니 말이다. 버튼만 누르면 녹음이 잘되는 요즘에, 더구나 공식 면담에서 호반호텔&리조트 사장에게 대놓고 위압을 가할 간 큰 서울신문 관계자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고소한 만큼 진위는 가려질 일이다.
기업을 협박해 돈을 빼앗는 날강도 같은 서울신문으로 낙인찍어 놓고 호반호텔&리조트 사장은 며칠 후 언론 인터뷰에서 “계속 때리니까 너무 아프고 주변 사람들도 민망해서 자위적 차원에서 고소의 형태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신문의 대주주가 될 작정이라면 언론사주의 자격을 검증하는 보도를 마땅히 감수해야 한다. 비방 기사라고 폄훼할 일이 아니라 자신들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면 이번처럼 형사상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된다. 그런데 언론기관과 맞설 수 없다는 생각에 비방 기사를 견뎌왔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서울신문 보도로 드러났지만 김상열 호반건설그룹 회장 주변엔 각종 편법이 판친다. 김 회장의 자녀들은 수조원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이 자녀들 회사에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고 인수합병(M&A)으로 회사 덩치를 불려줬기 때문이다. 장기간 증여세를 회피하며 ‘꼼수’ 승계를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호반건설이 최근 10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신도시·공공택지의 공동주택용지 473개 필지 중 44개(9.3%)를 낙찰받은 것도 정상적인 방법으론 불가능하다. 직원수가 10명도 안되는 계열사를 수십 개 만들어 입찰에 참여하는 편법을 썼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낙찰받은 공동주택용지 44개 중 27개를 전매하면서 대부분을 자녀들의 회사에 넘겼다. 약 30%의 영업이익률을 얻는다는 신도시·공공택지 아파트 사업을 자녀들에게 밀어준 것으로, 편법 증여 목적이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편법과 꼼수로 얼룩진 인사가 서울신문의 최대주주가 될 자격이 있을까. 김 회장은 무슨 생각으로 서울신문의 대주주가 되려고 하나. 건설업으로 번 돈을 저널리즘 가치를 구현하는데 투자하겠다는 것인지,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서울신문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언론산업이 위축되면서 건설자본의 언론사 인수합병 사례가 잦다. 특히 지역신문이나 방송 등을 소유하는 건설업체가 많아졌다. 언론사 경영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할 수 있는데, 건설자본이 언론사를 소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 본연의 목적도 없지 않겠지만 사주 기업이나 사주 개인의 이익을 위해 방패막이로 악용하는 사례가 차고도 넘친다.
서울신문 구성원들이 호반 측의 주식 매입을 건설자본의 언론 사유화 시도로 규정짓고 전사적 대응을 하고 있다. 일선 기자에서 경영진에 이르기까지 서울신문의 독립성과 공영성을 훼손하는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터에 호반 측은 서울신문의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300억원에 매입해 1대 주주가 되겠다고 했다. 돈으로 저널리즘을 사겠다는 오만한 망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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