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의 언론관 우려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지난 1일 자유한국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미디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겠다며 ‘미디어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길환영 전 KBS 사장과 박성중 의원이 특위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됐고, 이순임 전 MBC 공정방송노조위원장,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 정인철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등 전현직 언론인들이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보도로 피해를 입을 경우 이에 대해 대응하고, 구제를 도모하는 건 개인 뿐 아니라 정당이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다. 하지만 시기가 공교롭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언론이 좌파에 장악되어 있다. 좋은 메시지를 내놓으면 하나도 보도가 안되고 실수하면 크게 보도가 된다”고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놓은 직후 미디어 특위 구성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황 대표의 발언은 여러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자유한국당 여성당원들의 ‘엉덩이 춤’에 대한 비판 보도가 쏟아지자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뿐 아니라 정의당, 바른미래당 등 주요 야당 모두 비판한 사안이지만, 아니나 다를까 미디어 특위는 출범하자마자 엉덩이 춤 논란을 보도한 한겨레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대부분의 매체가 비판적으로 보도한 사안이지만 미디어 특위가 자신들에게 가장 비판적인 한겨레만 특정해 언중위에 제소했다는 점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미디어 대응이란 혹시 ‘비판 언론 옥죄기’가 아닌가 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미디어 특위 위원들의 면면이다. 전임 정권에서 권력의 언론장악 시도에 적극 협조하거나, 극우적 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낸 인물들이 상당수다. 공동위원장을 맡은 길환영 전 KBS 사장은 보도에 영향을 미치려는 박근혜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한 인물로 꼽힌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2014년 5월 보직 사퇴하면서 길 전 사장이 세월호 참사 직후 해경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는 등 사사건건 보도국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는 직원들의 사상 검증을 시도했다. 직원, 기자들의 사회적 성향을 등급별로 구분하는 블랙리스트 작성에 깊이 관여해, 취업규칙 위반으로 MBC에서 해고됐고 태극기 집회에도 참석했다. 이순임 전 MBC 공정방송노조위원장은 노골적으로 극우성향을 드러낸 인물이다. 그는 5ㆍ18역사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 단체는 허위로 판명난 5ㆍ18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는 단체다.


이들의 면면을 보건대 우리는 자유한국당이 과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나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진실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패스트트랙 대치 때 고발당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수사상황 자료를 요구한 사실이 한겨레에 보도돼 외압시비가 불거지자, 자료 요구 당사자인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반성은커녕 “자료 요구 내용이 어떻게 외부에 알려지게 됐는지 경위를 밝히라”고 적반하장식으로 경찰을 압박하기도 했다.


지난 정권 당시 70위권이던 한국의 세계언론자유지수(국경없는 기자회 발표)는 올해 41위까지 껑충 뛰었다. 자유한국당은 “언론이 좌파에 장악돼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펴기 전에 자신들이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대착오적 언론관을 버리지 못한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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