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을 위한 변명

[스페셜리스트 | 법조] 백인성 머니투데이 기자

백인성 머니투데이 기자.

▲백인성 머니투데이 기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유튜브 폭로’가 정국을 뒤흔들었다. 청와대가 KT&G의 사장 인사에 개입하고, 기획재정부에 4조원대 적자 국채를 발행하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다. 정부는 즉각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을 부인하고,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그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쟁점은 신 전 사무관이 신분보호를 받는 ‘공익신고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공익신고자는 직무상 비밀준수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신 전 사무관이 현행법상 공익신고자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다. 우선 현행법상 공익제보의 신고자를 보호하는 법률은 공공분야에 적용되는 부패방지권익위법과 민간분야에 적용되는 공익신고자보호법 두 가지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과 관련해선 공공분야에 적용되는 부패방지법이 적용될 것인데, 그가 밝힌 내용은 어디까지나 정책 결정과정에 관한 것이고 공직자의 부패행위에 대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 유관부처·수사기관 제보가 아닌 유튜브, SNS를 활용한 자체 공개를 ‘신고’로 인정할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정부의 고발은 지나치다. 설사 신 전 사무관의 신분이 현행법상의 공익신고자에 해당하지 않고, 그 폭로가 다소 과장되었거나 개인적 시각의 오해로 빚어진 내용이라 할지라도 그의 행동에 대한 보호가치가 상실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일부 게재되어 있더라도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이에 더해 그 폭로가 진실인 경우라면 보호받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명확히 한정해 정의한다. 그의 폭로가 정부의 말처럼 ‘사실이 아니’라면 ‘보호가치 있는’ 비밀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여지는 적어 보인다. 아울러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취지는 비밀의 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신 전 사무관의 폭로가 정부의 공신력에 손상을 초래할 수는 있더라도 그 자체로 국가의 기능이 위협받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동안 권위주의 정부 아래서 ‘표현의 자유’란 헌법상 레토릭에 불과했다. 사회공동체 내부에서 조직의 잘못을 언급하려면 개인이 가진 모든 것을 내던져야 했다. 사회공동체의 내부적 문제는 늘 막다른 골목에서 이뤄졌고, 수사당국은 기계적으로 개입해 그를 처단했다. 미네르바도 정윤회 문건도 결말은 같았다. 화자는 늘 외로웠다. 강요된 침묵의 사회였다.


촛불로 탄생한 이 정부에서는 적어도 폭로의 무결성을 따져선 안 된다. 신 전 사무관은 자살을 시도하면서 유서를 통해 ‘내부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 정책결정 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를 소망했다. 내부고발은 정권의 보위와 관계없이 이뤄져야 한다. 설사 휘슬을 ‘잘못’ 불었더라도 개인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어서야 공직사회는 언제까지고 건강해질 수 없다. 정부는 고발을 취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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