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뉴스' 시대의 언론 혁신

[스페셜리스트 | IT·뉴미디어]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이맘때면 뭔가 희망 섞인 덕담을 나눈다. 당연히 이 칼럼에서도 한국 언론의 밝은 미래에 대한 얘길 하고 싶다. 하지만 장밋빛 얘기가 쉽게 나오질 않는다. 언론을 둘러싼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암울하기 때문이다. 경영과 영향력 측면 모두 큰 희망을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언론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언론과 저널리즘은 정말 위기 상황인 걸까?  


이 질문에 대해 하버드대학이 운영하는 니먼저널리즘랩은 “죽어가는 건 저널리즘이 아니라 뉴스다”는 도발적인 답변을 내놨다. 저널리즘은 여전히 건재하단 얘기였다. 물론 이런 진단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선 저널리즘이 건재해야만 한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언뜻 보면 말장난 같다. 하지만 곰곰 따져보면 새겨볼 대목이 적지 않다.


지금 우리가 종이신문에서 흔히 접하는 속보뉴스는 전신시대의 산물이다. 역삼각형 서술 방식은 전신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서사구조다. 전신시대 이전엔 속보 경쟁이 큰 의미가 없었다. 내러티브 구조가 더 일반적으로 사용됐다. 보기에 따라선 전신시대 이전 뉴스가 서사적인 측면에서 더 친근하게 받아들여지는 건 그 때문일 수도 있다.


“뉴스가 죽어가고 있다”는 니먼랩의 진단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스마트폰이 중심 플랫폼이 된 21세기엔 ‘사실 전달에만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뉴스’의 설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까? 니먼랩은 앞으로 뉴스는 양극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팩트 위주 짧은 뉴스와 긴 서사형 이야기로 양분화될 것이란 얘기다. 그 중 짧은 뉴스는 이미 대중의 손으로 넘어갔다.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들이 기자보다 오히려 더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뉴스의 대중 소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긴 형식의 내러티브 저널리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다큐멘터리 출판물이나 팟캐스트 같은 것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런 저널리즘 형태는 대중들에게 계속 어필할 것이란 진단이다. 니먼랩은 아예 “포스트-뉴스 저널리즘 시대엔 문학, 영화, 사진, 음악 같은 오래된 예술 형태로부터 영감을 받은 다양한 실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죽어가는 건 저널리즘이 아니라 뉴스다”는 명제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 명제 속엔 저널리즘 혁신을 위해선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에 대한 고민만으론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완전히 새로운 문화적 형식에 대한 탐구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단 얘기다. 뒤집어 얘기하면 새로운 스토리텔링에 대한 실험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경우엔 ‘저널리즘 수호자’란 지위를 문학 같은 다른 장르에 넘겨줄 수도 있단 경고 메시지다. 새해엔 언론들이 이런 경고에도 좀 더 귀를 기울이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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