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함께 성찰할 공간 필요하다

[언론 다시보기] 진민정 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이사

진민정 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이사.

▲진민정 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이사.

‘저널리즘 총회(Assises internationales du journalisme)’라는 행사가 있다. ‘저널리즘과 시민권 협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프랑스 저널리즘 분야의 대표적인 연례행사로 2007년 퀄리티 정보의 생산 조건을 규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수많은 언론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등장한 저널리즘 총회는 저널리즘과 그 실천에 대한 공유와 성찰의 공간으로 언론사, 저널리스트, 시민단체, 저널리즘스쿨 학생들과 교수들, 연구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열려있다.


그 해 선정된 테마를 둘러싼 토론, 저널리즘 실습, 워크숍, 전시회, 각종 시상식, 저널리즘 도서 박람회 등을 포괄하는 이 행사에는 해마다 800명가량의 언론인과 수천 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유용한 저널리즘?’이란 테마로 3월14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됐는데, 90여 개의 주제를 다루는 토론 세션에 초청 패널만 250명에 달했다.


‘유용한 저널리즘?’이란 테마는 언론인 스스로 어떤 면에서 자신의 직업 유용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새롭게 질문해보자는 취지였다. 오랫동안 권력 감시와 비판 기능을 직업 정체성의 핵심으로 간주해왔던 언론인들에게 이 위기의 시대에 새롭게 추가된 역할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다.


이번엔 튀니지에서 저널리즘 총회가 열렸다. 11월15일부터 17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30개국 600여명의 언론인과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했으며, 테마는 프랑스의 저널리즘 총회와 동일했다. 그 내용은 저널리즘 윤리와 직업윤리, 허위정보에 대한 대처, 편집국 내에서의 여성의 지위, 드론과 증강현실, 정보 검증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는 저널리즘 토론과 실습, 교육으로 구성됐다.


저널리즘 총회가 튀니지에서 열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언론이 억압당하던 시대에도 직업윤리 실천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튀니지 저널리스트들이 혁명 이후 언론의 자유를 누리게 되면서, 이 전환의 시기에 저널리스트의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보다 견고한 저널리즘을 건설하기 위해 이러한 행사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 행사를 주관한 ‘저널리즘과 시민권 협회’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엇보다도 저널리스트들이 시민의 의견, 시민의 일상, 시민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를 경청해야만 한다. 저널리스트는 단지 자기 매체의 구독자뿐 아니라 모든 시민들에게 유용한 존재가 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저널리즘 총회 같은 행사를 우리는 만들 수 없는 걸까. 몇몇 학자들끼리 앉아 듬성듬성 자리를 채우는 학문적 교류의 장도 필요하고, 저널리즘 분야에서 유명한 연사들의 강연을 듣는 자리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시민과 언론인,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학생들, 연구자들이 모두 함께 모여 저널리즘을 성찰하는 공간이 우리에겐 더 시급한 것 같다. 언론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들을 공유하고 그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나아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에게 흥미롭고 유용한 저널리즘을 만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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