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모바일 개편을 앞두고 베타버전을 공개한 지 한 달, 언론계에서는 뉴스 소비가 줄어듦과 동시에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뉴스영역이 두 탭으로 확대된 만큼 뉴스의 접근성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네이버의 주장과 달리, 뉴스 절벽을 걱정하는 목소리와 함께 일부 대형언론사의 쏠림 현상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나아가 구독자 유치 경쟁에 내몰린 언론사들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를 내보내며 언론 생태계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달 10일 ‘그린윈도우’ ‘그린닷’ 등 검색 기능을 강화한 모바일 개편안을 공개하고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뉴스 영역은 첫 화면에서 제외되고 ‘언론사편집’탭과 ‘MY뉴스’탭 등 두 축으로 분리됐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뉴스트래픽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 일간지 A 기자는 “지금은 이벤트로 구독자 독려를 하고 있어서 트래픽에 큰 변동이 없지만, 정식 서비스를 오픈하면 얼마나 줄어들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마다 언론사 뉴스를 모니터한다는 한 홍보담당자 B씨는 “언론과 관련이 있는 홍보담당자들은 통합 신문프로그램으로 뉴스를 일일이 확인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보통 네이버로 뉴스를 봐온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뉴스를 굳이 찾아서 보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44개 특정매체의 뉴스만 선택해 구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뉴스의 다양성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언론사편집’탭의 경우 사용자가 원하는 매체를 선정하면 해당 언론사가 편집한 뉴스를 볼 수 있는데, 신문과 방송, 온라인 매체 등을 모두 합해도 44곳에 불과하다. 사용자의 선택권이 그만큼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제휴사에 포함되지 않은 중소 매체의 C 기자는 “유통할 수 있는 통로가 네이버만 있는 건 아니지만, 트래픽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44곳에 포함된 언론사들도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용자에게 친숙한, 즉 매체 브랜드 파워가 높은 언론사에 치중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구독 경쟁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44곳 가운데 구독자수를 공개한 9개 매체를 살펴보면 지난 19일 기준, JTBC뉴스(90만701), 연합뉴스(70만8491), SBS뉴스(49만1793), 한겨레(43만4814), KBS뉴스(35만9241), 한국경제(31만7214), 경향신문(30만2840), 미디어오늘(12만6454), 프레시안(10만3785) 등 순으로 주로 대형언론사들이 많은 구독자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다수 언론사들은 뉴스를 대량으로 공급해 노출 확률을 높이거나, 대대적인 이벤트를 벌이는 방식으로 구독자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통신사 D기자는 “구독 매체를 독자가 일일이 지정해야 되니까 구독자 확장이 시급해졌다. 회사 차원에서 네이버 구독자를 늘리자는 공지가 내려왔고 채널구독 프로모션 등과 같은 방법으로 구독자를 늘리고 있다”며 “첫 화면에서 제외되다보니 접근성이 떨어지고 파괴력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계에서는 매체 간의 구독 경쟁에 목맬 게 아니라 개편 상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극복할지 고심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도채널의 E기자는 “네이버의 이번 개편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해 마케팅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언론사를 구독하려면 로그인을 해서 봐야하는 만큼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뿐만 아니라, 언론사들이 구독자 유치 경쟁에 내몰리며 선정적인 뉴스가 도배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가장 문제”라고 꼽았다.
E기자는 “지난 2016년 카카오채널 베타버전 출시 당시 순위 경쟁에 내몰린 언론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자극적인 기사를 올리면서 트래픽을 올리는데 혈안이 됐던 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당시 본격 서비스가 실시된 다음해 4월에 트래픽이 폭락했다”며 “지금의 네이버 개편 방향이 그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언론사들은 당장의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저널리즘에 해가 되지 않는 방향에서 뉴스를 지켜나가야 하는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이진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