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2012년 파업대체 인력은 불법"… 후속조치 고심
당시 55명 채용, 현재 기자·PD 등 정규직… "이달 안 결론낼 듯"
큰 그림은 잡혔다는데... 노사 간 "불법채용" 공감대
"채용 무효인지 아닌지 놓고 '모 아니면 도'의 문제라 난감"
MBC가 지난 2012년 파업기간에 채용한 전문계약직·계약직·시용사원 등의 고용 문제와 관련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MBC는 지난달 31일 입장문을 통해 “2012년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의 파업기간 동안 이루어진 전문계약직·계약직·시용사원 채용이 불법적인 파업대체인력 채용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사인 문화방송이 파업대체인력의 채용을 무조건 용인한다면 다른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위법한 대체근로를 비판할 수 없게 되고, 민주적 노동조합 활동의 보장이라는 노사관계의 대원칙을 저버리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했다.
특히 “공정한 채용에 대한 시대정신과 사회적 기대, 강원랜드 등 외부 사례를 참고하여 파업대체 인력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밝혀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을 뿐 사실상 채용 무효화 방침을 정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MBC 관계자는 “명확하게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은 정하지 못했지만 큰 가닥이 잡혔으니 입장문을 내지 않았겠느냐”며 “이달 말에 있을 조직개편 전에는 이들을 어떻게 할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용비리는 정직 같은 징계로 끝날 일이 아니지 않나. 채용 무효인지 아닌지 ‘모 아니면 도’의 문제”라며 “그대로 둘 수 없는 사안이고 두고 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자협회보의 취재 결과 당시 뽑힌 전문계약직·계약직·시용사원은 총 55명으로, 현재 기자와 PD, 경영 등 전 분야에 거쳐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취재 기자만 25명, 보도국 인원에 한해 35명에 달한다.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파업 당시 김재철 전 사장 등 경영진은 ‘1년 근무 후 정규직 임용’이라는 전례 없는 고용 조건을 달아 채용을 강행했다. 노조가 이들에 대해 “채용 무효”를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는 이유다.
MBC본부 소속의 한 기자는 “당시 채용 공고가 떴을 때 이미 파업 과정 속에서 뽑힌 대체인력이라는 걸 알고 지원한 사람들이다. 채용 자체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채용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MBC본부 노조는 지난달 30일 <채용,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제목의 노보를 통해 “불법으로 채용된 이들을 모두 취소하고 비리를 엄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MBC는 지난달 31일 이들 시용사원과 별개로 경력을 허위 기재하거나 외부 청탁을 통해 부정 입사한 직원 2명을 해고하고 채용비리에 연루된 인사 담당자 등 11명을 징계했다. 해고된 이들은 회사에 제출한 허위경력서를 바탕으로 급여를 부당 수령했거나,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당시 계약 연장과 관련해 인사청탁을 한 의혹을 받아왔다. 정직과 감봉 등을 받은 인사 담당자들은 면접에서 응시자의 사상을 검증하고 사적인 인연으로 채용에 개입한 비위를 저지르거나, 이 과정에서 직무를 소홀히 한 책임자들로 알려진다.
MBC는 또 채용비리와 관련해 권재홍 전 부사장을 업무상 배임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지난 2014년 4월부터 1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한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총 12명의 경력 기자를 채용했는데, 권 전 부사장이 특정 헤드헌팅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도록 채용 담당자들을 압박한 게 드러나서다. 해당 헤드헌팅 업체는 권 전 부사장의 인척이 운영하는 곳으로, 지원자들에게 이례적으로 추천서를 요구한 게 드러났다. 특히 최종 합격한 12명 중 7명은 당시 청와대나 새누리당의 유력 정치인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은 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MBC 관계자는 7명에 대해 “입사경위에 청탁이나 압력 등 불법적인 과정이 있는지 조사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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