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네이버 개편, 저널리즘 방향과 안 맞고 언론사 경쟁 내몰아"

'네이버 뉴스 개편, 언론노동자의 평가는' 토론회

30일 <네이버 뉴스 개편, 언론노동자의 평가는?>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포털과 저널리즘 연속 토론회’에서 원윤식(왼쪽에서 두 번째) 네이버 상무가 언론 종사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언론노조 제공

▲30일 <네이버 뉴스 개편, 언론노동자의 평가는?>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포털과 저널리즘 연속 토론회’에서 원윤식(왼쪽에서 두 번째) 네이버 상무가 언론 종사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언론노조 제공


네이버 모바일 뉴스 개편과 관련해 언론 종사자들은 네이버가 언론사들을 채널 구독자수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저널리즘 방향과 맞지 않은 개편”이라고 우려했다.


30일 포털과 저널리즘 연속 토론회  <네이버 뉴스 개편, 언론노동자의 평가는?>에서는 이번 개편이 언론계에 미치는 영향과, 저널리즘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하는지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박선영 한국일보 디지털콘텐츠국 웹뉴스팀장은 “네이버의 개편이 나오고 언론사들 간의 채널 구독 경쟁이 치열해졌다. 일부 언론사는 경품으로 유도하기도 하고 ‘뭐라도 해봐야지’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채널 운영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언론사 홈페이지로 유입되는 양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며 “채널은 44개 언론사밖에 없기 때문에 콘텐츠 제휴가 안된 언론사들은 로고 하나도 넣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독자의 선택이 제약받는 건 개선돼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알고리즘이 독자에게 필요한 뉴스를 전달하고 있는지, 어떤 원칙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언론사들 입장에서는 (이번 개편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네이버 개편 때마다 휘둘릴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바꿔서 조금 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들이 저널리즘 가치를 잃으면 존재 가치도 잃는 것이다. 언론종사자와 포털 등 모두가 고민을 함께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장문혁 연합뉴스TV 소셜미디어 에디터는 “네이버가 개편하면 언론사로선 대책이 있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적응밖에는 방법이 없다. 트래픽 급감에 예고된 상황에서 각 사들이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벌써부터 여러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현 언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장 에디터는 “사업자가 정책 바꾸는 건 자율에 맡겨야겠지만, 이런 변화들이 어떤 영향을 발휘하고 사회적 파급을 미칠지에 대해서 적응해야하는 언론으로서는 이번 개편이 많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과 네이버가 함께 사회적 공론을 통해 상생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 에디터는 “단순히 구매자와 판매자의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십을 갖는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저널리즘적인 혁신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며 “네이버가 갖고 있는 기술력이 상생의 장이 돼서 온라인저널리즘의 발전, 저널리즘의 복원으로 이어졌음 한다”고 덧붙였다.  


김원철 한겨레 디지털기획팀장도 이번 네이버의 개편과 관련해 “혁신을 추동하는 방향이 아닌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 팀장은 “채널이 전면화 되면서 얼핏 보기에는 언론사에 편집권이 부여되고 독자와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이 보이지만, 여전히 인링크 형식으로 언론이 생산한 기사들은 획일화된 포털 안에서 가져가고 있다. 작은 그림이나 표 하나 등 어떤 시도하는 것도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양순 KBS 디지털뉴스부 팀장도 “MY뉴스 탭을 보면 이용자의 경험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구독자수가 많고 응원 많이 받는 기자가 쓴 기사를 노출하더라. 이런 게 과연 네이버가 추구하는 방향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날 쏟아지는 지적과 질의에 원윤식 네이버 상무는 “개편 방향성은 집중화에 대한 부담을 덜고 다양성을 추구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상무는 “다섯 개의 텍스트 뉴스와 두 개의 이미지 뉴스가 대한민국의 아젠다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과도한 집중이 되는 게 저희한테는 부담스러웠다”며 “두렵고 새로운 변화는 맞는데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확실한 건 뉴스 소비가 다양화 되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소비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단기적으로는 사용자 경험이 하락하고 이용자들의 엄청난 항의도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변화된 뉴스서비스의 다양성을 충분히 즐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네이버가 중간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연결이라는 가치에만 집중하고, 언론사는 편집이라는 가치에 매진해 브랜드 강화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지난 10일 뉴스와 실시간검색어를 첫 화면에서 제외하고 기존의 ‘그린윈도우’와 새롭게 도입된 검색엔진인 ‘그린닷’을 골자로 하는 모바일 개편안을 공개,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그간 네이버 메인에 기사를 노출시키며 의존해온 언론계에서는 개편안이 공개되자 “트래픽 감소” 등의 우려를 내놓은 바 있다.  


이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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