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의 방송시간을 90분 가량으로 늘리는 ‘와이드 편성’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보도국에서는 “절차 없는 성급한 해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30일 ‘와이드인가 아닌가는 올바른 질문이 아니다’라는 성명을 통해 “뉴스 시간대와 틀 전체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지만 책임 있는 자세로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보도국의 의사소통과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MBC본부는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은 의견 수렴도 거치기 전에 연말을 목표로 와이드뉴스를 추진하겠다고 성급하게 앞서나갔다”며 “대다수의 일선 기자들이 이 같은 방식의 와이드 추진에 반대 의견을 표시했지만 회의 결과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결론이 나올 때까지 충분히 토론하겠다던 당초 계획과 달리, 편집회의는 단 두 차례의 회의 끝에 공을 다시 보도국장에게 넘겼다”고 꼬집었다.
MBC는 지난달부터 평일(월~목) 뉴스데스크의 시간을 오후 7시나 7시30분부터 90분간 편성하는 ‘와이드뉴스’ 안을 추진해왔다. 보도본부 수뇌부의 강력한 의사에 따라 사장까지 보고된 상태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확정안은 아니지만 기존 20여개의 스트레이트 뉴스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 선에서 구성되고, 나머지는 코너나 출연 등으로 메워질 계획이다.
MBC가 메인뉴스 시간을 앞당기고 편성시간도 늘리는 데는 동시간대의 JTBC뉴스룸과 SBS 8뉴스보다 일찌감치 방송해 시청자 선점을 노린 것이라는 평이 많다. 박성제 MBC 보도국장은 30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MBC 뉴스는 좋아지고 있고 특히 실험적인 포맷도 성공하고 있다. 방송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여러 고민 끝에 변화를 모색하는 한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며 “타사에 비해 꼭지수가 적은데 다양한 수요와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서 뉴스시간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저뿐만 아니라 많은 팀장들이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보도국에서는 일부 평기자들을 중심으로 우려가 나오는 모양새다. 현재 뉴스가 모바일로 대부분 소비되는 상황에서 방송 편성을 늘리는 게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지적이다. MBC의 한 기자는 “대비 없이 무작정 시간만 늘리면 당연히 기사 질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인력이 한정된 상태서 대안에 대한 논의 없이 늘리겠다는 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조도 “뉴스의 문제에 대한 진단이 부족한 상태에서 와이드뉴스와 코너 확대는 ‘성급한 해법’”이라며 “보도 책임자들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뉴스 와이드화를 추진하는지, 과연 총체적인 전략이 있는 것인지, 진지한 토론과 공감대 없이 몇몇 책임자들의 즉흥성에서 출발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독립적이고 상시적인 혁신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조는 “문제의 초점을 포맷을 바꾸는 데 맞춰서는 안 된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우리에게 진짜 위협이 되는 요인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며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의 핵심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루는 뉴스, 뉴스의 홍수 속에 충실하고 입체적인 취재로 가장 신뢰받을 수 있는 뉴스 등이 공영방송에 수용자들이 기대하는 바”라고 촉구했다.
이에 박성제 보도국장은 “기자회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편집회의에서 두 차례 논의를 거치고 가닥을 잡은 건데, 그럼에도 일부 후배들이 의견수렴을 필요로 한다면, 평기자들과 가급적이면 공개적으로 충분히 설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인력도 단계적으로 충원할 생각이다. 11월에 약간의 보완을 위한 조직개편이 있을 수 있다”며 “노조가 제시한 혁신 전담 부서도 원한다면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