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국 전 한국일보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원정도박과 관련한 혐의가 드러난 지 5년만에 마침내 구속됐다. 그는 영장실질 심사에서도 장존은 자신이 아니라 중국계 필리핀인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라스베이거스의 미라지 호텔 도박자금 186만 달러를 빚진 장존은 장재국 전 회장이라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받아들여 영장을 발부했다.
가장 도덕적이고 사회규범적이어야 할 언론사주가 수백만 달러를 해외도박에서 날리고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로 재판정에 서는 모습은 한마디로 참담함 그 자체다. 일반 기업인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심지어 졸부들도 400만 달러나 되는 거액을 카지노에서 이처럼 함부로 탕진하지는 않는다. 특히 당시 그가 대표로 있던 신문사는 누적부채로 어려움을 겪는 등 이미 경영상 문제를 드러내고 있던 때였다. 따라서 이러한 거액 해외도박은 언론사주가 아닌 기업가로서도 있을 수 없는 도덕적 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수십년 묵은 군사독재정권의 적폐를 씻어내는 각종 개혁작업이 한창이던 1995년과 96년에 해외원정 도박을 했다니 그가 정말로 이 나라 한 주요 언론사의 소유주를 지낸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성이나 사죄 한마디 없이 명백한 사실도 부인만 거듭하는 그의 모습에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는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전에도 일부 언론사주들의 취중 추태와 탈세 등 여러 일탈된 반사회적 행위들을 보았다. 또 과거 독재 권력 때는 권력과의 결탁이나 유착도 서슴지 않았다. 언론사주들의 이러한 행태는 그동안 신문의 위기, 즉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주요한 요인이 된 게 사실이다.
우리는 이러한 언론사주들의 행태가 단지 개인의 자질문제 때문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좁게는 언론사 경영 감시틀의 결여에서부터 넓게는 언론사 경영권의 세습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2세에게 경영권이 넘어간 뒤 한 신문사의 오랜 전통과 찬란한 역사가 뒤틀리고 독자들을 혼동시키는 현상을 목도한 것 등은 한 생생한 예라고 하겠다.
신문사는 사주가 주머니 속 용돈처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님은 여기서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따라서 차제에 신문사 경영권의 대물림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언론의 자율적인 자정운동 촉구만으로 그칠 일이 더 이상 아니다.
이와함께장 전 회장의 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이상한 태도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공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은 97년 ‘로라최 리스트’에 의한 첫 번째 수사와 99년 전국언론노련의 고발에 따른 두 번째 수사 때는 로라최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장 전 회장을 무혐의 처리했다. 그러다가 장 전 회장이 올초 한국일보 회장직을 그만둔 뒤에야 동일 혐의로 구속한 것은 눈치보기 수사 내지는 정치적인 수사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검찰 개혁이 왜 필요한 지를 웅변해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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