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전참시)’이 지적장애인을 희화화한 데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정지도인 ‘권고’ 조치를 받았다.
방심위는 25일 오후 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MBC 전참시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신현준이 자신의 출연작인 영화 ‘맨발의 기봉이’에서 극중 지적장애인인 주인공의 연기를 재연한 데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1조(인권 보호)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
전참시는 지난 7월7일자 방송분에서 진행자들이 맨발의 기봉이를 언급하며 배우 신현준씨에 “기봉이 인사해주세요”라고 요청했고, 신씨는 “안녕하세요. 신현준이에요”라며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엄기봉 씨를 흉내냈다. 맨발의 기봉이는 지적 장애인 마라톤 선수인 엄기봉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신씨의 흉내에 당시 출연진들은 “대박”이라며 폭소했고, 방송 이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장애인 비하’라는 비판이 올라오기도 했다.
윤정주 방심위원은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 성적 소수자에 대한 교육, 인권 교육 등을 받았다면 제작진이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흉내 낼 수 있다고 쳐도 이건 생방송이 아니고 녹화방송이지 않나. 당사자인 사람들이 같이 웃을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보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같은 프로그램에서 한번 크게 문제가 됐었는데도 불구하고 또 바로 몇 주 만에 재개된 방송에서 안이하게 대처한 제작진에 대해 실망했다. 현장에서 어떻게 할 건지 제작진의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박상수 위원은 “세월호 사건 관련해서 MBC 전참시가 중징계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또 지적장애인들을 서글프게 만들었다. 제작진이 생각이 사려가 깊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위원도 “인권 감수성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계속해서 본인들이 노력하고 있고 회사 내 준칙 만들어 하고 있는데, 여전히 실행 의지가 여전히 부족한 것 같다. 현장 일선 피디까지 내려가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날 의견진술을 위해 방심위에 출석한 전참시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불쾌하게 여기실 거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세심하게 처리하지 않았다는 데 깊이 반성하고 있다. 배려하지 못한 부분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전참시는 세월호 참사 뉴스 특보 화면을 부적절하게 삽입해 논란을 빚고, 내부 진상조사를 통해 제작진을 교체, 2개월 만에 방송을 재개한 바 있다.
이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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