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안에는 정치적 여론 조작에 ‘이용’될 소지를 줄이려는 노력이 보인다. 평가할 만하다. 사실 네이버 입장에서 자사의 최대강점인 ‘뉴스 유통’을 약화시키는 것은 말 그대로 ‘모험’이다. 뉴스를 보러 네이버에 오는 고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선택. 한성숙 대표의 말에서 그 고민이 묻어 나온다. “3000만 명의 습관을 바꾸는 일은 그 자체로 모험이자 네이버의 미래를 건 실험이고 시도이다.”
모험이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네이버는 정치사회적인 논란은 피하고, 유튜브에 빼앗긴 동영상을 선호하는 10~20대 공략과 커머스 분야에 더 힘을 쏟는 결정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작은 화면의 모바일 시대, 광고 수익의 확장성의 한계도 인식했을 거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개편안의 한계 말이다. 뉴스가 첫 화면에서는 빠졌지만, 한 단계 들어가면 존재한다. 개인의 언론사 선택과 맞춤형 뉴스를 제시했지만, 여론 조작 방지에 효과적인 전면적 ‘아웃링크’ 시행은 빠져 있다.
‘모험’이면 모험다워야 하는데, 본질은 ‘절충’으로 보인다. 많은 대기업, 넘버원 기업들이 빠지곤 했던 ‘안주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닌가. 당장의 커다란 뉴스 관련 수익을 포기하기는 아까우니, 적당한 수준에서 절충해 수익도 가져가면서 비난도 어느 정도 피하는 ‘묘수’를 찾으려 한 건 아닌가. 그런데, 바둑에 격언이 있다. “묘수 세 번이면 바둑 진다.” 고민이 깊을 때는 ‘정석’을 두는 게 결국 이기는 길일 때가 많다.
네이버는 그날 ‘뉴스 놓고 가벼워진 네이버’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네이버는 뉴스를 놓지 않았다. 언론은 정치적으로 ‘날카로운 칼’이다. 쓸모도 있지만 자칫 다칠 수 있다. 큰 그림이 있다면, 표현대로 놓고 가는 게 현명하다. 직접 언론사를 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절충이 아닌 선택의 순간이 오고 있다. 뉴스 부분을 적당히 유지하며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겠지만, 네이버는 이미 그런 ‘리스크 테이킹’이 현명한 선택이 아닌 단계로 커졌다. ‘멈출 때’를 아는 현명함은 중요한 덕목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모두 가지려하다가는 ‘정치의 역습’에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AI 등 도전할 분야는 많다. 구글처럼 ‘더 큰 세상’을 노릴 단계다.
“위험하게 살아라. 당신의 도시를 베수비오 화산 기슭에 세워라. 당신의 배를 미지의 바다를 향해 띄워라.” 니체가 한 말이다. 이제 네이버가 배를 미지의 바다를 향해 띄울 때가 오고 있다. 변화와 도전, ‘진정한 모험’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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