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네이버, 준비 안 된 언론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네이버라는 고래가 뒤척이면 언론은 몸살을 앓는다. 그동안 인터넷 뉴스 유통을 네이버에 의존해 온 한국 언론에게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네이버가 내놓은 모바일 메인 개편안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언론이다. 지난 10일 네이버는 모바일 개편안을 내놓았다. 3000만 명을 맞는 네이버의 첫 얼굴이었던 뉴스를 메인에서 걷어냈다. 대신 구글을 연상시키는 단출한 검색창이 자리 잡았다. 네이버에서 뉴스를 만나려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손가락을 쓸어야 하는 수고를 거쳐야 한다. 그나마 사용자가 뉴스를 선택하지 않으면 보지 않을 수도 있다. ‘이스트랜드’에 자리 잡을 여러 가지 서비스 가운데 하나인 뉴스 영역엔 개별 언론사가 편집한 기사들과 인공지능에 기반한 사용자 맞춤형 기사가 제공될 예정이다.


네이버의 ‘얼굴’이었던 뉴스가 메인에서 사라지자 언론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동안 네이버가 ‘남의 콘텐츠로 손님을 끌어 모은다’고 비판했던 언론이었지만, 당장 네이버가 뉴스를 메인에서 없애자, 이제 독자를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종이신문 독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한 뉴스 소비마저 감소될 우려가 제기된다. 네이버가 여전히 인링크를 채택하고 있으며 아웃링크는 숙제로 미뤄둔 점도 문제다.  


물론,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전면 철회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언론사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개편이 본격화되면 뉴스 소비가 지금보다 줄어들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언론사들이 새로운 디지털 전략을 짜야하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 좁게는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뉴스를 구독하도록 하기 위해서 네이버 채널 편집에 공을 들이고 모바일에 적합한 기사를 전략적으로 생산해야 할 것이다. 넓게는 네이버라는 공룡에 의존해왔던 디지털 뉴스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네이버가 한국 언론에 끼친 가장 큰 해악은 투자 안 하는 언론사도 마치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게 한 것이다.” 한 미디어 전문가의 말이다. 네이버라는 플랫폼 안에선 어뷰징 기사든, 베껴 쓴 기사든 ‘같은 상품’으로 여겨졌다. 공들여 취재한 단독 기사보다 이를 베껴 쓴 기사가 메인에 걸린 경우도 많았다. 이런 환경에서 언론은 디지털에 투자하고 독보적인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네이버에 걸리기 좋은 기사를 생산하는 데 방점을 맞췄다.


네이버의 모바일 개편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따른 외부적 요인도 있었지만, 시장에서 점점 밀리고 있다는 위기의식도 컸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2월 유튜브 사용시간은 257억분, 네이버는 126억분이었다. 유튜브 사용시간은 상승세인 반면 네이버는 하락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는 젊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개편에 나섰다. 네이버의 방점은 오른쪽으로 밀려난 뉴스보다 왼쪽에 새로 생겨난 쇼핑에 찍힌 것 같다.


위기는 기회다. 기회는 준비된 자들에게 찾아온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준비돼 있는가? 당장 언론사 홈페이지를 들어가 기사를 클릭해보자. 선정적인 광고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지뢰처럼 숨어있는 광고들이 튀어나와 기사 읽기를 방해한다. 이런 환경에서 기사를 읽을 만큼 인내심 있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독자들을 언론사 페이지로 유인할 독보적인 콘텐츠도 많지 않다. 이미 많은 언론사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작의 중심은 지면과 방송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언론도 변화된 환경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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