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선택할 때다

[스페셜리스트 | 경제]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경제학박사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 회의에서 고용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며 경제팀의 ‘팀워크’를 강조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잇따른 갈등 표출에 대한 ‘경고’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 사람 간 이견이나 갈등이 표출된 것은 벌써 여러 번이다. 최근 고용쇼크 관련 당정청회의에서 향후 정책방향을 두고 장 실장은 현 정책 고수 의지를, 김 부총리는 수정 가능성을 내비치며 시각차를 보였다.


8월 초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 때는 재벌에 투자·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청와대가 우려를 표명했다. 5월말에도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에 대해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제기해 엇박자를 노출했다.


하지만 이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정부 주변의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부자증세, 복지예산 확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마련 등 중요한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김동연 부총리가 사사건건 반대했다”고 전했다.


부부싸움 할 때마다 이혼한다면 온전한 가정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안에서, 정부와 청와대 간에 정책 이견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경제를 바라보는 철학과 이념이 달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면 차원이 다른 얘기다.


문 대통령이 이제 경고가 아니라, 선택을 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 참여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는 등 이미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경제정책의 일관성도 훼손되고 있다.


진보진영은 김 부총리가 주도하는 혁신성장에 대해 과거 보수정부의 정책으로 후퇴하려 한다고 의심한다. 개혁에 긴장했던 재벌도 이제 큰 고비는 지나간 것 아니냐며 여유다.


공직사회도 흔들린다. 중앙부처 한 간부는 “개혁정책을 계속 밀고 갈지, 아니면 수정할지 일선부서에서 혼란스러워한다. 하루속히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하성 실장은 문재인식 경제개혁의 상징으로 불린다. 또 현 정부 경제팀에 참여한 개혁진보성향 인사들의 구심점이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개혁실패 원인을 경제관료에 포획됐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개혁성향 인사들도 정책결과에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김동연 부총리가 반대하거나 이견을 보인 정책은 장 실장 개인의 철학이나 소신에 따른 게 아니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국민에게 제시한 약속들이다.


야당이 장하성 실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이유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 논리대로라면 장 실장의 경질은 문재인식 경제개혁의 포기를 뜻한다.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