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부산·경남·대구·광주MBC에 비상임이사를 추가로 임명해 ‘서울사 간섭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최승호 사장의 약속이었던 지역사 자율경영을 보장하라는 구성원들의 요구는 묵살됐고, 사외이사 선임의 취지는 훼손됐다”며 “비상임 이사 선임을 취소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MBC는 전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부산과 경남, 대구와 광주 등 지역MBC 4곳에 사외이사 1명, 비상임이사 1명 등 모두 2명의 이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이날 주총장 앞에서는 지역사 지부장들의 피케팅이 이어졌다. MBC본부 지역지부는 지난달 18일 성명을 통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지역방송에 식견이 있는 인사라는 것을 전제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에 찬성한다. 하지만 비상임이사 추가 선임은 (자율경영이라는) 사외이사의 도입 취지를 퇴색시킨다”며 “심지어 거수기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비상임이사를 추가 선임해 5인 이사 체제가 될 경우, 대주주가 선임한 비상임이사가 3명으로 늘어나, 대주주가 일방적인 의사 결정을 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추가 선임된 비상임이사는 구자중 경영본부장으로, 변창립 부사장과 조능희 기획편성본부장과 함께 이들 4개사의 이사직을 겸하게 됐다. 현재 대부분 지역사는 4인 이사체제지만 이들 지역사는 구성원들로부터 적폐 비판을 받던 상무이사가 해임된 뒤 이사 3인으로 운영돼왔다. 이번에 이사 2명을 추가로 선임하며 5인 이사체제로 바뀌게 됐는데, 3(서울MBC임원) 대 2(지역MBC임원) 구도가 되면서 서울사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주총 이후 한 지역사의 기자는 “최승호 사장 체제 이후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통해 절차를 밟고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등 대주주인 서울MBC의 간섭이 전보다 줄어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비상임이사 추가 선임은 의사결정 과정에 제약을 가져올 수 있어서 걱정이 된다”며 “3 대 2구성이 되면 사장들이 대주주인 서울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사에서는 ‘단지 절차상으로 대주주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 그 이상이 아니다’고 ‘선의의 마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승호 사장이 약속한 자율경영은 임기 내에서만 효력이 있는 만큼, 최 사장 이후에 어떻게 될지에 대한 안전장치는 문서를 통해 확실히 갖춰놓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의 한 기자도 “최 사장이 오고 지역사 간섭이 줄었지만 지역구성원들이 체감할 만큼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아니다.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서울과 지역 간의 관계는 굉장히 예민한 문제지 않나. 문서화를 통한 실질적인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BC는 이 같은 우려와 관련해 ‘자율경영 협약’ 등을 통해 지역사와의 오해를 풀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예컨대 이사회에 부의하는 안건을 줄이고 비상임이사가 처리할 수 있는 안건을 대폭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역사의 독립 경영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MBC 관계자는 “대주주의 권한 행사를 하려는 게 아니라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내년 3월 초 다른 지역사들의 주총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그동안 지역사와 얼마든지 소통해서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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