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위치추적 위헌' 판결 톺아보기

[스페셜리스트 | IT·뉴미디어]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미국 연방대법원과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흥미로운 판결을 연이어 내놨다.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휴대폰 위치정보 추적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이다. 두 판결은 휴대폰 위치 정보도 중요한 개인정보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수색영장 없이 휴대폰 위치정보를 수집한 관행을 문제 삼았다. 특히 휴대폰 정보는 ‘제3자 원칙’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점이 눈길을 끈다. 제3자 원칙이란 자발적으로 넘긴 정보에 대해선 프라이버시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유선전화에 적용했던 이 원칙을 휴대폰 위치정보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의미 있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선 헌법재판소가 중요한 판결을 하나 내놨다. 수사기관의 휴대폰 위치정보 추적 근거가 된 통신비밀보호법 2조와 13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했다. 헌법불합치란 위헌 소지가 있지만 당장 폐지할 경우 법적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조치다. 법률 개정시한은 2020년 3월31일이다.


두 판결을 곰곰이 따져보면 원칙과 현실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고 고심한 흔적이 잘 드러난다. 미국 연방대법원과 한국 헌법재판소는 모두 수사기관이 범죄자를 잡을 때 휴대폰 위치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대전제는 수용했다. 다만 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파고드는 관행을 문제 삼았다.


미국 대법원은 장기간에 걸친 정보 수집에 제동을 걸었다. 폭발사고나 긴급 재난 발생 때 실시간 위치정보 수집하는 건 영장 없이 할 수 있도록 했다. 판결문엔 “6일까지는 영장 없이도 수집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시한까지 명시했다. 실시간 위치추적보다 장기간 축적된 위치정보에 대한 접근이 프라이버시 침해 요소가 훨씬 더 크다는 게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에 담긴 중요한 의미다.


한국에선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란 문구가 문제가 됐다. 휴대폰 위치정보 수집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허용할 우려가 있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생각이었다. 그 부분이 기본권 제한 때 적용되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 측면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두 판결을 전하는 기사들은 대부분 ‘미국 휴대폰 위치 추적 때 영장 필수’ ‘헌재, 수사기관 휴대폰 위치정보 추적은 위헌’ 같은 제목을 달고 있었다. 두 기관이 현실과 원칙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으려 했는지 짚어주는 기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법원은 현실 속에 발을 딛고 있는 기관이다. 늘 ‘현실’과 ‘원칙’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감한 판결을 보도할 땐 그런 고민까지 담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주일 사이로 공개된 연방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 보도 기사에선 그런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그게 연이은 두 판결 보도를 보면서 느낀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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