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의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인상했다. 방발기금 인상을 시작으로 방통위가 의무전송 등 ‘종편 특혜’ 정책을 바꿀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방통위는 지난달 27일 “2018년도 방발기금 분담금 징수 및 부과 등에 관한 사항(고시) 일부를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MBN, JTBC, 채널A,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의 방발기금 징수율이 방송광고 매출액의 1%에서 1.5%로 인상된다. 지난해 기준 종편4사가 20억 정도의 세금을 낸 것을 감안하면, 올해 기금은 30억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TV와 YTN 등 보도전문채널의 방발기금도 같은 비율로 올랐다.  

KBS, E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업자는 방송광고 매출액 구간별로 기본 징수율을 정하고, 개별 방송사의 방송광고 매출액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현행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종편은 과거와 달리 경영상황이 개선되고 매체 영향력이 확대됐다. 점진적으로 징수율 상향을 추진한 전년도 결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도 인상했다”고 밝혔다. 종편과 보도채널은 2015년까지 사업규모가 영세하다는 이유로 방발기금 분담을 유예 받은 바 있다. 방발기금을 최대 4.3%까지 내는 지상파와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인 이유다.

방통위는 연말까지 지상파와 종편 간 방발기금 징수 기준을 일원화하는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A 관계자는 “지상파는 방송매출 구간별로 차등징수하게 돼있는데, 이것을 종편도 맞춰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어서 일원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고 연말에 개선안이 나올 예정”이라며 “다만 종편이 지상파와 달리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는 특성을 고려해 어떻게 반영할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언론계에서는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거듭 ‘종편특혜 환수’를 강조해온 만큼, 이번 종편 방발기금 개정을 시작으로 ‘종편 의무전송제’와 ‘외주제작 편성 의무제’ 등의 손질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에 종편채널을 의무적으로 편성하게 하는 종편 의무전송제는 별도의 투자금 없이 전국 방송을 가능하게 하고, 채널사용료도 따로 받게 해 ‘이중특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방통위 안팎에 따르면 의무전송제 개선은 의무전송채널을 줄이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종편이 의무전송채널에서 빠지게 되면 유료방송업체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어야 하고, 영향력에 따라 채널 번호대가 밀릴 수 있다. 방통위 B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의무송출 제도개선과 관련해서 협의하고 있고 조만간 ‘전문가 협의체’를 만들어서 논의를 할 생각이다. 연말까지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에만 적용 중인 외주제작 편성 의무제도 종편으로 확대 추진될 예정이다. 외주제작 의무비율이 강화되면 종편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줄어들고 외부 프로그램이 늘어난다. 현재 지상파의 외주제작 편성 비율은 KBS 1TV가 19%, KBS 2TV가 35%, MBC와 SBS가 30%다. 방통위 C 관계자는 “7월 중으로 외주제작 편성 의무 개선안과 관련해 보고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JTBC의 경우 한 달 광고매출이 200억원에 달하는데, 일부 지상파는 이 성적도 못 내고 있다. 연 기준 매출이 과거의 반토막 수준”이라며 “시장 환경이 변한 상황에서 종편에 계속해서 특혜를 줘야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종편특혜를 환수한다고 해도 중간광고 제한이나 자사미디어렙 금지 등 이미 지상파에 불리한 조건이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종편은 방통위의 특혜 환수 움직임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종편사 한 인사는 “지상파는 전파사용료의 대가를 (방발기금으로) 내는 거지 않나. 우리를 그 수준까지 올리는 건 불합리하다”며 “그동안 종편이 방송시장 활성화에 분명히 기여한 게 있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