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원본 이미지를 받으려 했는데, 바로 받을 수 없었고 대부분 고화질이 아니었어요. 구글 검색으로 필요한 이미지를 찾아서 넣다보니…”
지난 1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 현장. KBS 제작진은 약 20분 간 방송에 ‘일베(일간베스트) 이미지’를 사용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일베 이미지를 가려낼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다’ ‘방송사가 일베 이미지의 유통사가 돼선 안 된다’는 방심위 위원들의 지적이 쏟아져서다.
KBS는 지난달 18일 ‘연예가중계’에서 故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이미지를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연예인 성추행 협박’ 논란을 다루던 중 김 전 대통령의 음영 이미지를 사용하고, ‘2018 러시아 월드컵 로고 조작’과 관련해서는 원본 이미지가 아닌 노 전 대통령의 실루엣이 삽입된 이미지를 방송한 것이다. 제작진은 “희화화된 이미지를 가려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저희의 잘못은 분명하지만,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미지 사고로 골머리를 앓는 건 KBS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SBS플러스의 ‘캐리돌뉴스’는 노 전 대통령의 잘못된 이미지를 사용해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올해에는 SBS ‘8뉴스’와 JTBC ‘뉴스룸’이 동해를 일본해로 명기한 지도를 동시에 사용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채널A의 ‘뉴스A’도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영화 포스터를 방송했다는 이유로, MBN의 ‘뉴스8’은 레알 마드리드의 로고를 임의로 변형한 이미지를 노출해 방심위의 ‘권고’ 제재를 받았다.
방송사들이 끊임없이 이미지 사고를 낸 데 대해 제작 시스템을 문제로 꼽는 이들이 많다. 시간은 부족하고 고화질의 이미지를 찾아야하는데 적당한 창구가 구글과 같은 온라인 검색 밖에 없다는 것.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지적 대상이다. 각 언론사들이 제작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거나 아카이브 시스템의 점검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다.
홍정민 KBS 아카이브 사업부 팀장은 “1~2년 장기 과제로 ‘이미지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기 위해 초안 단계를 밟고 있는 상태”라며 “각 부문과 지역까지도 모두 공유할 수 있는 아카이브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영 KBS 보도그래픽부 팀장도 “자체적으로 만든 이미지를 사내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모두 담당 팀장과 기자들이 수차례 확인 작업을 거친 이미지들”이라며 “제작편성부의 경우에는 외부의 사이트와 계약해 검증된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SBS도 이미지 사고를 막기 위해 제작 가이드라인을 강화했다. 자체 DB를 구축해 본사는 물론 자회사까지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이외 온라인 이미지는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SBS 관계자는 “외부 이미지를 사용할 경우에는 제작자와 제작 데스크, 메인 데스크 등 3단계의 검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검증 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TBC도 이미지 확보에 있어 원본자료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정식 허가를 받고 안전한 이미지를 쓰자는 것이다. 최종 종편에 이르기까지 자체 검열과 심의 과정을 강화한 것도 눈에 띈다. JTBC 관계자는 “로고 같은 건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며 “제작 부서에서는 시사과정에 더 공을 들인다. 이미지가 영상에 들어가면 ‘다시 한번 보자’를 기본으로 둔다”고 전했다.
이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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