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미국의 이익

[스페셜리스트 | 외교·통일]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북한학 박사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한반도 정세 격변은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더욱 활발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전통적인 엘리트 집단은 줄잡아도 90% 이상이 북미 관계 개선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들의 반응은 현재는 소극적 회의론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 적극적인 반대 행동으로 돌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대로 방치한다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워싱턴 엘리트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혐오감이 심대하기 때문에 감정적 차원에서 반발하는 것이다. 둘째, 북한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와 관련해 기존의 분석틀이나 믿음을 중시하는 미국의 전문가들은 심각한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는 권력의 정당성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기준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북한의 사기극에 놀아나는 것이다. 셋째, 한반도 정세 격변 현상이 미국에 어떤 이익을 주는지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약화할 수도 있고, 남한에 대한 무기 판매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에 대해 우려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혐오감은 미국 국내 정치 문제인 만큼 우리 정부 차원에서 섣불리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다만 전문가 집단이나 정치인, 언론인 교류 등을 최대한 활용해서 워싱턴 엘리트들과 비공식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노력은 가능한 방법이다. 북한의 전략 변화에 대한 새로운 분석틀 문제는 학술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핵과 경제 병진 노선을 마감하고, 경제 발전 집중 노선으로 변경한 상황과 배경, 그리고 그 맥락에서 북한도 체제 안전 보장을 받는다는 전제에서 비핵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분석틀을 개발해 미국 전문가들에게 노출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국가 이익과 관련한 불안감이나 우려감 해소 역시 정책 차원에서 대응할 여지가 있다. 한미 동맹 유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히는 것은 기본이고, 무기 판매 축소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반도 정세 변화와 상관없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겠다는 구상을 다양한 채널로 제시한다면 정세 변화에 대한 저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정상 국가로 전환할 경우 북한 지역 개발이 대규모로 시작될 수 있고, 미국 기업들의 투자 기회를 설명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나아가서 미국이 남북 관계 개선 흐름에 역행하지 않는 것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지역을 둘러싼 이권 문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인 방식으로 인식시키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 1998년 2월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미국 집권 세력인 민주당 지도부의 협력을 확보하고 한반도 안보 정세 변화를 추진했지만, 200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공화당이나 네오콘 중심의 전문가 집단의 부정적 태도를 해결하지 못해 낭패를 본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 북미 관계 개선을 견인하는 것은 칭송받을 일이지만,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워싱턴 엘리트의 저항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물밑 노력도 병행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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