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모두가 원하지만 난제다. ‘저널리즘’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언론사로서는 더 그렇다. 최근 MBC가 혁신의 기로에서 대규모 조직개편을 하며 끊임없이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박성제 신임 MBC 보도국장은 임명 직후 기존 부장-국장 체제를 에디터-팀장제로 바꾸는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각 분야를 세세하게 쪼개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탐사기획팀은 10명 이상으로 보강해 보도국장 직속으로 두고, 공개 오디션을 통해 뉴스데스크 앵커를 교체할 계획이다. ‘백화점식 보도’와 ‘보은 인사’ 등 조직의 낡은 관행을 바꾸고 MBC만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까.
“리듬이 살아있고 생동감이 있는 뉴스, 젊은 느낌이 나는 뉴스를 하고 싶어요.” ‘뉴스에 힘을 빼야 한다’는 점을 연신 강조한 박 국장은 25일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뉴스 꼭지를 절반으로 줄이고, 다양한 시선이 담긴 기획이나 인터뷰 등을 담는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며 “앵커와 포맷변화까지 7월 중하순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국장실을 없애고 그 자리에 탐사기획팀을 둔 것도 스트레이트를 과감히 줄이되, 심층 보도를 키우겠다는 박 국장의 뜻이 담겼다. 박 국장은 “젊은 기자들이 참여하는 코너를 신설하고, 외부 독립매체와의 협업도 추진 중”이라는 계획도 덧붙였다.
-신임 보도국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만큼 부담도 있을 것 같은데.
“어깨가 무겁다. 또 걱정도 있다. 시청자들이 잘 봐줄 수 있도록 뉴스를 잘해야 한다는 걱정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잘 이끌어야 한다는 걱정이 가장 크다. 그동안 기자들의 에너지와 아이디어가 막혀있었는데, 앞으로는 그 통로를 터주는 역할을 하겠다.”
-내정 후 배우자가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우려도 나왔는데.
“아내가 그런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국장직을 거절했는데, 강하게 요청이 들어와서 받아들이게 됐다. 후배들 중에서도 걱정을 하는 분들도 있다. 그건 앞으로 보도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상화 이후 MBC 뉴스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많았다. 저조한 시청률뿐만 아니라 ‘지인 인터뷰’ 등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지난 6개월의 MBC 뉴스를 평가한다면.
“기자들이 굉장히 열심히 했고 정성들여 준비했지만 ‘재미없는 뉴스’라는 얘기가 나오더라.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타사는 어느 선에 올라와있다. KBS는 꾸준히 지켜보는 시청층이 있고, JTBC는 앵커가 주도하는 새로운 저널리즘 영역을 개척했고, SBS는 세련되고 명품 느낌이 나는 종합뉴스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MBC는 열심히 했지만 시청자들의 달라진 뉴스 소비 패턴, 흥미를 느끼는 부분에 다가서지 못한 것 같다. 다만 선거방송과 같이 큰 이벤트가 있을 때는 기존의 이미지보다는 본연의 능력으로 진검승부가 되기 때문에, 우리의 저력이 나온 것 같다. 이런 이벤트가 없는 평소에 어떤 이미지를 구축할지가 관건이다. 어느 정도 조직력을 복원한 만큼 전술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뉴스혁신안 주요 내용 설명해 달라.
“첫 편집회의에서 한 말은 ‘타사와 비교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우리만의 뉴스를 하자’는 뜻이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에 떠있는 뉴스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하지 말자는 것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우리만의 심층 뉴스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자들도 취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꼭지수를 10개로 줄이는 게 목표다. 큐시트도 유연하게 주문했다. 출연이 될 수도 있고 인터뷰만 10분을 할 수도 있다.”
“방송 기사는 1분반이 제일 쉽다. 길게 가려면 팀원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고 롤을 나눠야하고 조율할 사람이 필요해서 매우 어려운 문제다. 선택과 집중이 어려워서 타사서도 못하는 거다. 이번에 조직개편을 한 건 이런 유연한 소통을 위한 것이다. 1분반짜리 제작하려고 오후 3~4시쯤에 회사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그 시간에 사람들 만나고 깊은 뉴스를 만드는 선순환이 되게끔 하겠다.”
“뉴스데스크에는 젊은 기자들이 맡는 코너들이 신설될 것이다. 젊은 기자들의 파격적이 아이디어를 주문해 놨다. 주말에는 무조건 들어갈 거고, 평일에도 들어갈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뉴스가 될 수 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중점으로 둔 기준은 무엇인가.
“저의 이런 뉴스혁신 방향에 동감하고 생각이 같은 분들을 에디터로 모셨다. 국장으로서 판을 깔아주되, 인사권과 아이템 선정 등은 에디터에게 위임했다. 팀장 인선도 에디터의 의견을 존중했다.”
“이번에 소비자경제부에 원래 기자가 9명이었는데 20명이 넘게 들어갔다. ‘소비자’를 넣은 것도 소비자 입장에서 뉴스를 다루자는 취지다. 대기업 출입 기자들이 노총도 같이 출입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정치부도 특정 이슈에 대해 여당과 야당이 뭐라고 했는지 전할 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경험하게 하고, 논란을 이해하게끔 할 것이다. 사회부는 사건사고를 어떻게 우리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만들지, 젊은 기자들이 아이디어를 내주면 그대로 하게 할 것이다.”
“탐사기획팀을 국장 아래로 둔 건, 국장이 보호해주려는 취지다. 에디터 아래로 두면 사람 없을 때 차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에서 덜어주려는 의도다. 여기는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다.”
-경력기자를 활용할 계획은. 내부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라 어려운 문제인데.
“기본적으로 화합은 해야 한다고 본다. 단 저널리스트로서 도덕성과 업무능력을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상화위원회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다.”
-뉴스데스크 시간대 변경 계획도 있는지.
“7시 반부터 9시까지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인력을 고려해야하는 문제다. 현재 보도국은 취재부서와 뉴스PD, 편집부, 간부들을 다 합해 100명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또다시 백화점식으로 꾸미면 의미가 없다.”
-유통망도 매우 중요한 세상이다. 플랫폼 전략이 있다면.
“뉴미디어국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뉴스경쟁률이 올라가면 그쪽도 함께 오를 거라 생각한다. 뉴미디어 콘텐츠를 뉴스데스크에 담는 것도 얼마든지 열려있다. 특히 다른 독립언론사와의 콜라보도 현재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후배 기자들에게 한 마디.
“나를 믿어라. 보도국장을 믿어 달라. 판을 깔아줄 테니 후배들이 적극적으로 찾아주면 좋겠다. 지시하는 국장이 될 생각 없고 열어줄 테니까 채워줬으면 좋겠다. 편하게 와서 모든 것을 상의하는 조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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