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TV조선의 <[단독] "北, 美 언론에 핵실험장 취재비용 1인당 1만 달러 요구">의 보도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방심위는 21일 오후 방송소위 회의를 열고 해당 기사와 관련해 ‘경고’(허미숙 윤정주)와 ‘주의’(심영섭), ‘문제없음’(박상수 전광삼) 등의 결정을 전체회의에 넘기는데 합의했다.

▲지난 5월 TV조선이 보도한 &lt;[단독] "北, 美 언론에 핵실험장 취재비용 1인당 1만 달러 요구"&gt; 리포트.

다수의 언론들이 해당 보도를 ‘오보’로 본 데에 TV조선 측이 “신뢰할만한 취재원이 있다” “비공개 의견진술을 통해 녹취록을 공개하겠다”고 맞선만큼, 제재 수위가 어떻게 나올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특히 지난달 29일 청와대 대변인이 공식 논평을 통해 해당 리포트를 포함한 ‘TV조선’과 ‘조선일보’의 보도를 지목하며 비판한 만큼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이날 회의에서 방심위 위원들은 해당 보도를 놓고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윤정주 위원은 “TV조선의 기사를 보면 (북한이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추정이 아니라 굉장히 단언해서 얘기하고 있다”며 “이 보도를 통해 사증 발급 돈도 낮췄고 발급 절차도 낮춰졌다고 했는데, 왜 이에 대한 후속보도는 하지 않았나”고 비판했다.

이에 TV조선 관계자는 “이 단언을 확신할 만큼의 배경을 이 자리에서 설명하기 위해 취재원과의 녹취록을 비공개로 밝히겠다고 의견을 드린 바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TV조선은 “그동안 저희에게 처음 제보한 게 아니라 꾸준히 제보해온 취재원이다.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언론 소속자”라고 강조했다. 해당 기사의 취재원으로 알려진 2명의 기자는 미국 언론사 소속의 기자로, 이번 풍계리 취재 당시 북한에 들어간 기자는 아니다.

SBS와 KBS 등 다수의 언론사들이 해당 보도를 ‘오보’로 판단한 데 대해서는 “타 방송사에서 취재원들이 언급한 내용은 북한에 직접 다녀온 이후 나온 말이다. 북한에 가기 전 방북 교섭 단계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 모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즉 북한에 가기 전 방북 협상 과정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실제 방북 후 집행된 내용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TV조선 측은 “우리가 보도한 내용이 충분히 팩트체크가 된 기사인지, 사실인지,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범위 내 기사인지에 대한 판단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TV조선 측은 “북한 취재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미국은 개별적으로 협상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깎아주기도 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다 내고 가는 경우도 있다. 타 방송사에서 언급한 취재원들은 북한에 자주 간 기자들이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 덜 요구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에 심영섭 위원은 “CNN 등은 부정을 한 상태고, 다른 방송사들은 요구를 받았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는 둘 다 비교 가능하게 취재했어야 할 일”이라며 “후속보도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TV조선 측은 이에 “좋은 지적이다. 유념하겠다”고 했다.

전광삼 위원은 “기자들의 취재에 재갈을 물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 자유를 봐도 이 사안은 ‘문제없음’이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상수 위원도 “이 안건은 녹취록을 공개하고 취재원까지 공개해야 그 여부를 가릴 수 있다. 그건 불가능하고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취재원을 공개하라는 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본다”며 “관계자 당국 소식통을 많이 쓴다. 그걸 못 쓰게 하면 취재를 할 수가 없고 보도를 할 수가 없다. 방심위가 제재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보는 만큼, ‘문제없음’을 결정한다”고 했다.

심영섭 위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는 중요하다. 좋은 취재는 아니다. 북미 간 사증 수수료는 비공식적 문제로 정확한 보도가 필요했다”며 ‘주의’ 의견을 냈다. 반면 윤정주 위원은 “언론 자유는 책임이 따라야한다. 그저 들은 내용을 그대로 기사 쓰는 건 문제”라며 “불명확한 걸 쓴다는 것은 기자로서의 자질이 아니다. ‘경고’ 의견을 낸다”고 밝혔다. 허미숙 소위원장도 “이 기사 자체만으로 보면 매우 아쉬움이 많은 기사다. 취재도 미흡했다.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고’에 동의했다.

이진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