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님. 야경 보신 소감 어떠셨나요. 한 말씀만 해주세요.”
찰나의 순간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소리가 나는 쪽을 뒤돌아봤다. 불과 30여m 떨어진 거리, 답은 없었지만 눈이 마주쳤다. “이때 아니면 질문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는 마음뿐이었다던 김태영 JTBC 기자는 “들어갈 때는 놓쳤지만 나올 때는 뭐라도 질문해야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꼬박 닷 새 동안 ‘뻗치기’했다.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경로는 호텔 로비뿐. 회담 전날인 11일 밤 김 위원장이 ‘깜짝 외출’을 할 때가 기회였다. 마리나 베이 스카이파크에 대기하고 있던 김 기자는 싱가포르 야경을 보고 내려오는 김 위원장을 향해 질문하는데 성공했다. 일부러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질문을 했는데 김 위원장이 알아듣고 뒤돌아본 것이다.
“외국 기자들을 보면 상대방이 보든 안보든 무조건 부르더라고요. 우리 취재 문화는 경직돼 있잖아요. 하지만 외신들은 그런 풍경에 익숙한 거 같아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사람이 마음대로 질문을 던지는 거죠.” 김 위원장이 머문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에는 각국의 기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모두 김 위원장을 따라붙으며 북미회담과 관련한 질의를 하는 기자들이었다.
회담 당일에는 실무진과 취재진이 뒤엉켜 어수선한 상황이 지속됐다. 그만큼 경호원들의 경비도 삼엄했다. 기자들이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하는 순간이었다.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믿음은 있었지만 실제로 두 정상이 악수하고 대화하는 걸 보면서 믿기지가 않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밝은 미래가 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있었고요. 기자입장에서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기회였고 두고두고 평생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 기자는 이번 회담을 ‘한반도 평화’ 정착의 첫 걸음으로 평가했다. 그는 “합의문에 어떤 내용이 담기든 서로 신뢰가 없으면 종잇조각에 불과하다”며 “70년 만에 만나서 서로 대화를 하고 신뢰와 믿음이 생긴 게 중요한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걸 토대로 관계가 돈독해지고 믿음이 커지면 종국에는 우리가 원하는 한반도 평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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