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회장 선정 작업은 극비리에 진행되지만, 포스코 안팎에서는 진작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후보군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한 그룹은 5~6명의 포스코 전현직 사장 출신이다. 또 다른 그룹은 1~2명의 산업자원부 출신 등 외부 전문가들이다.
포스코 차기회장은 최고경영자에게 요구되는 경영역량 외에 2가지 특별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과 역량이 요구된다. 첫째는 정치권의 외압 차단이다. 포스코는 정권 교체기마다 최고경영자가 임기 중에 퇴진하고, 정치권 입김으로 차기 회장이 선임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권력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회장을 통해 각종 이권을 챙겼다.
포스코 차기회장 선임은 이런 악순환을 무조건 끊어야 한다. 다행히 주변 여건은 좋다. 포스코의 한 사외이사는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권력개입의 조짐이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작부터 민간기업의 인사에 일체 개입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린 바 있다. 포스코로서는 천금같은 기회를 맞은 셈이다.
둘째는 포스코의 자정이다. 포스코는 1993년 이후 25년간 권력 개입의 악순환을 겪다보니 내부인사들의 권력유착, 이권 개입, 개인적·조직적 부정부패 등의 적폐가 쌓여있다. 적폐를 과감히 청산하려면 과거 정권과 유착됐거나, 각종 이권에 개입했거나, 부정부패 전력이 있는 후보는 배제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꼭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지는 않다. 승계카운슬이 제시한 차기회장 선정기준을 보면 글로벌 경영역량, 혁신역량, 핵심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 및 추진역량 등 경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우선 과제인 외부 권력의 개입 거부, 내부 적폐청산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이 때문에 포스코 내부 기득권 세력이 외부 간섭이 사라진 일종의 ‘힘의 공백’을 틈타, 권력과 자리 나눠먹기를 꾀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포스코 이사회는 5명의 사내이사와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권오준 회장이 사퇴하고, 사내이사 2명이 회장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사실상 차기회장 선임의 키는 사외이사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외이사들은 지금이라도 차기회장 선정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만약 현재 검토 중인 후보 중에서 선정기준에 맞는 사람이 없다면 처음부터 선정작업을 다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외이사들은 자신의 손으로 뽑은 차기회장이 취임 뒤 제 역할을 못한다면 공동책임을 진다는 비장한 각오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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