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가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프레스센터 언론계 환수를 위한 서명운동’을 본격화했다. 기자회견장 뒤편에는 “프레스센터를 언론계에 반환하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병규 신문협회장은 이날 “비장한 각오로 시작하는 언론인들의 서명이 정책 당국의 이성적 결단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서울 세종대로에 있는 프레스센터는 신문회관에서 출발했다. 신문회관은 1962년 언론 주요 단체 대표 26명이 주창해 설립됐다. 당시 정부는 현 프레스센터 자리에 있던 1층짜리 서울신문 건물을 3층으로 증축한 이후 2~3층을 신문회관에 기증했다. 신문회관은 1980년대까지 언론 3단체 등 언론을 대표하는 15개 단체들이 입주해 민주주의와 언론발전을 위해 활동해왔다.
신문회관은 언론자유 투쟁의 산실이었다. 1974년 10월24일 동아일보사에서 ‘자유언론실천선언’에 나선 기자, 프로듀서, 아나운서 등 113명은 이듬해 3월17일 새벽 각목을 휘두르는 폭력배들에 밀려 쫓겨났다. 쫓겨난 언론인들이 집결한 곳은 신문회관이었고, 신문회관에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가 결성됐다.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검열에 맞서 제작 거부 등 총파업을 결의한 곳도 신문회관 2층 한국기자협회 사무실이었다.
1985년 개관한 프레스센터는 신문회관의 전 자산과 서울신문의 자금에 코바코가 관리하던 정부의 공익자금이 투입됐다. 그런데 5공 정부는 서울신문 소유분(1~11층)을 제외한 12~20층을 코바코 앞으로 소유권 등기를 해버렸다. 언론단체가 “신문회관 터에 지어진 프레스센터를 방송광고를 판매하는 정부 투자기관에 주는 것은 부당한 결정”이라며 반발하자 5공 정부는 한국언론회관(언론재단의 전신)에 관리·운영을 맡긴다는 제안을 했고, 언론계는 이를 받아들였다.
잠잠하던 소유권 논란은 2013년 코바코가 프레스센터의 관리·운영권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코바코는 언론재단을 상대로 낸 민사조정이 결렬되자 2017년 1월 프레스센터 12~20층을 관리·운영하면서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286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언론재단은 코바코에 220억7567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언론인의 전당이자 언론자유 투쟁의 산실인 프레스센터를 두고 코바코와 언론재단이 볼썽사나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뿌리는 5공 정부가 프레스센터 소유권을 코바코 앞으로 강제 등기하고, 역대 정부가 해결을 미룬 데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총리실 주재로 기재부와 방통위, 문체부가 만나 해법을 모색했지만 헛돌고 있다. 1심 법원이 주문한 지불액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식을 대책으로 내놨다니 실망스럽다. 더 우려스러운 건 언론단체의 무상입주를 약속하는 선에서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프레스센터는 설립 취지, 역사성과 상징성으로 볼 때 언론계의 공적자산이다. 역대 정부도 프레스센터의 진짜 주인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 문화공보부는 “프레스센터는 설립 목적에 맞게 소유권을 언론회관에 귀속시키는 것이 옳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2012년 기획재정부도 프레스센터 소유권을 국고로 환수한 후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소유권 이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언론계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프레스센터가 언론계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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