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장 '깜깜이 선출' 안 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YTN이 최남수씨가 신임투표에서 불신임을 받고 물러나면서 새 사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최씨는 지난 2~4일 치러진 정규직 직원 신임투표에서 재적 인원(653명) 과반이 넘는 55.6%의 불신임을 받자 “여러분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투표로 나타난 뜻을 존중한다”며 사임했다. 노사합의 파기 등 여러 이유로 84일 파업을 촉발시켰지만 최씨의 신임투표 즉각 실시 결단은 YTN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YTN 정상화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새로운 사장 선임을 시작으로 보도국 혁신, 채널 경쟁력 회복, 내부 화합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특히 불신임 55.6%, 신임 44%의 신임투표 결과는 두 갈래로 쪼개진 YTN 내부 갈등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직종·세대 간 갈등을 보듬고 하나로 엮지 못하면 YTN은 존재감이 없는 2등 뉴스채널로 추락할 수도 있다. 언론노조 YTN지부가 신임투표 결과 발표 직후 낸 성명에서 “사장 신임을 두고 갈라졌던 사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힌 까닭이다.


YTN 노사는 새 사장 선임을 서두르기로 하고 사장추천위원회 규정 보완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문제는 정권의 심기를 엿본 대주주들이 사장 후보를 뽑아왔던 밀실 낙점 시스템이 그대로라는 점이다. 1년 새 두 차례 겪은 사장 선임 실패도 YTN 이사회의 ‘깜깜이 선출’에 원인이 있다. MBC와 KBS, 연합뉴스는 사장 선출 과정에서 참여와 공개를 원칙으로 했다. 후보자들은 정책설명회를 통해 출마 이유와 정책 구상 등을 소상하게 밝히고 질문에 답했다. KBS는 한발 더 나아가 시민자문단 평가를 40% 반영해 사장을 선출했다. YTN도 대주주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해 구성원과 시민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참여와 공개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사장 선출 시스템이 바뀐다면 ‘최남수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장 공모 이전이라 성급한 면이 없지 않지만 YTN 새 사장은 이런 인사가 왔으면 좋겠다. 공정방송에 대한 열망과 혁신 의지가 분명하고 내부 화합을 이끌 수 있는, 석 달 가까이 급여를 못 받아가며 구성원들이 지키려했던 정신에 공감하고, 좋은 저널리즘이 뉴스룸 곳곳에서 꽃 필 수 있도록 정권과 자본의 외풍을 든든하게 막아주는 인물이어야 한다.


84일 파업의 유산은 최남수 퇴진으로만 끝나선 안 된다.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모습의 YTN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최남수 체제의 구태를 청산하고, 보다 근본적으로 지난 10년 사이에 YTN의 신뢰를 시나브로 갉아먹은 낡은 시스템과 결별해야 한다. 작금의 언론환경은 YTN이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시청자는 외면하고 채널 경쟁력은 뒷걸음질할 수밖에 없다.


MBC와 KBS가 과거 보도의 잘못을 반성하며 정상화의 길을 밟고 있지만 시민들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있다. 한번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웅변한다. 지금 YTN의 콘텐츠 경쟁력은 얼마나 있나. 구성원 모두가 절박한 심정으로 YTN이 마주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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