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근속연수에 따른 직급제’로 인사를 개편했다. 기존 7단계의 직급을 4단계로 슬림화하는 방안이다. 그간 사원급, 차장급 등으로 나뉜 ‘급’을 빼고 사원, 차장(입사10년 이상), 부장(입사 20년 이상), 국장(입사 30년 이상)의 직급이 새로 부여됐다.
MBC는 지난 2일 사내인트라넷 게시판을 통해 “직급제의 축소 슬림화는 조직의 축소 효율화와 더불어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라며 “그동안 잘못 운영된 승진제도를 고치고 수평적이며 자율적인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이 같은 방안을 밝혔다.
이어 “특별감사에서 드러났듯이 지난 수년간 MBC에서의 승진은 부당한 배제와 특혜의 수단으로 악용됐다. 노동조합 활동 내역으로 승진을 결정하는 불법행위가 벌어졌고,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 일부 직원들을 차별하는 범죄적 행위까지 자행됐다. 특정인을 승진에서 탈락시키기 위해서 인사고과 결과를 소속 국장도 모르게 조작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이 모든 불법부당행위를 바로잡을 책임이 있지만 이미 폐기된 자료와 인멸된 증거로 인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피해자와 부당 특혜자가 있었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회사는 뚜렷한 성과를 내었거나 직무 수행능력이 탁월한 인재들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 회사 발전에 기여한 인재들에게는 반드시 적절한 보상이 따를 것이며 합당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능희 기획편성본부장은 3일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에 출석해 직급제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조 본부장은 ‘헌신적으로 일한 사람이 근속연수만으로 동일한 취급을 받으면 조직 효율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과 관련해 “MBC가 그간 승진을 적절히 적용하는 상식적인 경영을 했다면 이런 조치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불신을 넘어서 존재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새 출발을 위해선 이런 방법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이날 김경환 방문진 이사는 직급제 개편과 관련해 “이전에 임금도 오르고 국장이 됐는데 개편되면서 부장급으로 내려왔다고 하면, 사내에서 이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을 것 같다”며 “올라간 상태에서 내려갔을 때 동기 부여에 마이너스 요소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 본부장은 “배제된 사람이 있으면 반대로 승진한 사람이 있는데, 배제된 명단만 있고 승진한 사람은 알 수 없게 수년간의 증거가 인멸됐다”며 “저희들도 모든 기록이 남아있으면 원상회복만 시키면 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제개편은) 다수노조와도 합의한 사안”이라고 강조하며 “회사는 성과를 보인 능력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적절한 보상을 할 것이다. 일단 시작은 이런 직급 부여로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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