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오보와 무분별한 속보 경쟁,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 등으로 한국 언론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이 됐다. 언론들은 관련 뉴스를 집중 보도하며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다. “우리 말 좀 들어주세요”라는 세월호 유족들의 절규를 외면했던 공영방송은 과거 보도를 자성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취재 5일째입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부디. 꼭 살아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4년 전 진도 팽목항 민간 잠수부 구조대 천막 벽면에 한 기자가 남긴 안타까운 심정은 속보와 단독 압박에 물거품이 됐다. 구조된 학생에게 “친구가 사망한 것을 아느냐”고 묻고, “침몰 당시 배 안 사진이나 동영상은 없냐”고 수소문하고, 오열하는 가족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기레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언론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었던 까닭이다.
세월호 보도 참사를 계기로 언론은 달라지겠다고 했다. 앞 다퉈 취재 보도 시스템 개선을 얘기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언론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정확성보다 속보를 중시하는 고질적인 문제는 그대로고, 기사 베껴 쓰기와 정부 발표만 받아쓰는 저널리즘은 반복되고 있다. 현장 기자의 의견을 무시한 채 데스크의 지시가 계속 내려오고, 뉴스룸 상층부는 게이트키핑이란 말로 현장의 목소리를 거세하기에 급급하다. 그러면서 뒤로는 ‘장충기 문자’에서 보듯 자본에 아부하는 일탈을 자행하고 있다.
“역사를 잊으면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왜 구조를 제대로 못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언론이 세월호의 진실을 끝까지 파헤쳐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와 세월호 제2기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해낼 것이라고 밝힌 것은 뼈아픈 교훈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지난 16일 사설에서 “여행객들이 해난 사고를 당한 일을 정치 문제로 만들어 지금까지 우려먹고 있다”며 “현 정권은 세월호를 4년이 지난 지금도 붙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는데 이 신문은 세월호 선내방송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희망의 불씨를 본다. 언론은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를 통해 저널리즘의 역할이 무엇인지 명징하게 보여줬다.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들었던 공영방송은 새 리더십과 함께 성역 없는 보도를 천명했다. YTN 구성원들은 더 이상 부끄럽지 않으려 석 달 가까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 세월호 당시 현장을 취재한 한 기자는 “피해자를 존중하는 문화가 생겼다”고 했다.
“제 꿈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여러분이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양심과 신념을 뒤로 한 채, 가만히 있어도 죽을 만큼 힘든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애타게 기다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4년 전 기자가 되는 것이 장래 희망이었다는 단원고 3학년 학생이 기자의 꿈을 포기한다며 쓴 편지의 한 대목이다. 세월호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일깨운다. 참사 4주기를 지나면서 기자는 무엇이며,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다시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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