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성역' 있어선 안 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SBS 8시 뉴스 캡처.

▲SBS 8시 뉴스 캡처.


SBS가 8시 뉴스에서 삼성 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이 언론계 안팎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하루에 20분 가까이 사흘 연속 20개 리포트를 내보낼 정도로 전례 없는 집중 보도였다. 에버랜드 소유 토지의 공시지가가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주요 국면에서 급격히 내려가거나 올라갔으며, 이런 수상한 움직임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준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도였다. SBS의 의혹 제기에 삼성물산은 “보도내용 자체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반박했고 국토교통부는 진위를 가리고자 감사에 착수했다.


삼성 보도가 나간 뒤 SBS에 격려와 응원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SBS 보도가 이례적인 관심을 받은 것은 삼성 비판 보도를 눈 씻고 봐도 찾기 어려운 언론계 현실 탓이 크다. 이번만 해도 SBS 보도 내용보다 삼성물산의 해명에 집중하는 언론이 많았고, 국토부의 에버랜드 공시지가 급등락 의혹에 대한 감사 예고도 일부 언론만 다뤘다.


삼성은 한국 언론에 성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의 광고·협찬이 언론사 수입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면서 대다수 언론은 삼성 눈치를 보거나 심기를 살피는 처지로 전락했다. 특히 언론 환경이 악화되면서 삼성은 광고·협찬을 무기로 언론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우호적인 매체는 광고비를 집중적으로 제공하고 비판적 매체는 광고 집행을 중단했다. 삼성 비판 기사를 쓸 생각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작년 2월 말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JTBC, 한겨레, SBS, 중앙일보 등에 대한 삼성 광고 중단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른바 ‘장충기 문자’는 삼성이 광고뿐 아니라 인적 네트워킹을 통해 언론계를 좌지우지 해왔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대는 지난 2015년 7월 “국민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서 대 삼성그룹의 대외 업무 책임자인 사장님과 최소한 통화 한 번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라는 문자를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보냈다. 전 MBC 기획본부장은 장 전 사장을 ‘형님’이라고 불렀다. 삼성 광고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언론사 간부들이 이럴진대 다른 언론사는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SBS의 삼성 보도 배경엔 사주 일가 퇴진이라는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윤세영 전 회장 일가는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SBS 보도에 개입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SBS 구성원들의 싸움으로 작년 9월 사주 일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사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사원들의 임명동의를 받아 선임됐다. 사주와 경영진의 간섭으로부터 방송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켜낸 것이 정치권력이든 삼성이든 두려움 없이 보도할 수 있는 원천인 셈이다.


SBS 탐사보도팀 모토는 ‘끝까지 판다’다. SBS가 후속 보도를 통해 에버랜드의 수상한 땅값과 삼성 경영권 승계의 연결고리를 끝까지 밝혀내길 기대한다. 언론의 경제적 환경이 악화될수록 기댈 곳은 광고주가 아니라 독자와 시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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