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를 대하는 언론의 자세

[언론 다시보기] 변상욱 CBS 대기자

변상욱 CBS 대기자

▲변상욱 CBS 대기자

최근의 ‘미투’운동을 취재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은 오보를 내거나 2차 피해를 일으키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어떤 점이 문제인지 간략히 열거해 보자.

 

1. ‘미투’고발은 본인의 처지에 맞추어 본인 의지로 실행되어야 한다. 언론이 압박해서는 안 된다. 

 

2. 고발자를 찾아 나서고 그 주변을 탐문하는 행위 역시 2차 피해를 불러온다.

 

3. 피해자의 신원을 밝히진 않지만 사건 장소나 당시의 직업·직무, 피해과정을 소상히 설명해 신원을 노출시켜선 안 된다.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의 사생활은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대상이지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아니다.

 

4. 보도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고발자 본인을 만나 신상을 확인하는 것은 필요하나 독자나 시청자에게까지 얼굴을 내보이는 건 위험을 가중시킨다. 본인이 얼굴의 노출을 원했다 해도 본인과 가족에게 2차 피해가 갈 수 있음을 고지하고 신중히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가해자의 면피성 발언이 그대로 보도되거나 면피성 발언만으로 제목을 뽑는 것은 고발자가 무고 행위를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해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발언 역시 신중히 다뤄야 한다. 예로  “완벽한 소설” 등.

 

6. 특히 주변인의 무책임하거나 추측에 의한 발언을 함부로 옮겨서는 안된다. 예로 “그럴 줄 알았어”, “~ 걸려 들었어” 등.

 

7. ‘미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차단해야 한다. 예로 근거 없는 말을 반복하다 ‘농담이었다’며 빠져 나가지만 어느 언론이든 받아 쓴 것을 앞 뒤 자른 뒤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호히 거부하고 프레임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  

 

8. 선정적 사건, 가십거리로 접근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미투’ 고발자는 범죄의 피해자이다. 성적 행위의 대상으로 비쳐지게 묘사하면 안 된다. 가해자의 행위를 필요 이상 소상히 나열하는 것도 선정적인 사건의 소비로 ‘미투’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9. 극도의 불안과 압박에 시달리는 피해자에게 과하게 쏟아지는 플래시나 장시간의 촬영은 삼가야 한다. 피해자 우선의 원칙을 지키자.

 

10. 상처 입은 걸 강조하느라 ‘결코 회복될 수 없는 ...’ ‘지금도 악몽에 시달리는 ...’ 등의 표현을 과하게 반복해 성폭력 피해자가 치유될 수 없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끝내 어렵다는 통념을 심어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11. 성차별적인 잘못된 통념을 반영한 표현도 주의해야 한다. 예로 ‘여자가 수행비서를 맡으면 안 되는 건데’, ‘그러니 딸 가진 부모들이 조심시켜야.’

 

12. 가해 행위의 심각함을 무마시키려는 듯한 표현도 삼가야 한다. 예로 업적에 치중해 “... 큰 일 한 분인데” 등. 또 비유를 통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표현행위. 예로 “슈퍼 갑 교수의 나쁜 손 고발합니다.”

 

2014년 여성가족부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마련한 <성폭력사건 보도수첩>이 훌륭한 매뉴얼로 나와 있다. 이 기회에 다시 일독하고 2차 가해로 언론이 지목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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