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내정자, 시민 열망 안고 'KBS 재건' 나서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KBS 정상화를 이끌 KBS 새 사장 후보로 양승동 KBS PD가 선정됐다. KBS 이사회는 지난 26일 양 PD, 이상요 세명대 교수,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 등 사장후보 3명에 대한 면접과 표결을 거쳐 양 PD를 최종 사장 후보로 결정했다.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와 대통령의 승인을 거치면 사장으로 최종 임명된다.

 

지금 KBS는 고대영 사장 해임 이후 두 달째 무주공산이다. 150일 가까이 이어진 제작거부가 끝나고 모두 업무에 복귀했지만 조직구성과 업무시스템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구성원들 개개인은 일상 속에서 공정방송을 위한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새 사장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감은 그래서 더욱 크다.

 

양 후보자는 1989년 KBS 공채 16기 PD로 입사해 ‘추적 60분’ ‘KBS 스페셜’ 등 민감한 이슈를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맡으며 시사교양 PD로 활동해 왔다. 2006년 KBS PD협회장, 2008년 한국PD연합회 회장 등을 지내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에는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의 전신인 ‘사원행동’ 공동대표를 맡았다. 정권의 방송 장악 일환으로 정연주 전 사장이 부당하게 해임될 당시 해임 반대 투쟁에 나섰다가 정직 징계를 받는 등 탄압을 받기도 했다. KBS 정상화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신뢰가 필수적인 만큼, 지금 KBS 안에서는 지난 정권들이 방송을 장악해온 10년의 시간 동안 KBS 내부에서 정권에 맞서 함께 싸운 인물, 누구보다 앞서 KBS 취재 제작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을 원하고 있다.

 

공영방송 정상화는 조직 구성원들만의 바람이 아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KBS를 독립시킬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새 사장에 대한 열망은 누구보다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이 더 클 것이다. 이번 사장 후보자 선출은 한국 공영방송 사상 처음으로 이사회와 시민이 함께 뽑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10년간 방송법을 핑계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밀실에서 뽑아왔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이사회 평가 60%에 시민자문단 평가 40%를 더해 뽑았다. 지난해 MBC 역시 사장 선출 과정에서 시민들을 참여시켰지만 사장후보자에게 질문을 하고 의견을 전하는 데 그쳤다면, KBS는 시민들 나름대로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적합한 후보자를 뽑도록 했다는 데 그 상징성이 있다.

 

땅에 떨어진 공영방송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정상화의 과정이 멀고 험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양 후보자가 공약으로 내걸었듯 지난 세월 KBS 뉴스를 망치고 조직을 갉아먹은 인물들에 대해 제대로 죄를 묻고 책임을 추궁하는 일, 권력에 굴종했던 적폐를 털어내고 KBS를 본격적으로 재건하는 일일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KBS 구성원들의 혁신적인 노력이 합쳐지면 국민들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회복되고 다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우려도 없지 않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고대영 전 사장에 대한 해임에 대한 이사회 결정의 적법성을 문제 삼고 있어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부끄러운 공영방송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KBS 역사의 새 페이지를 쓸 때이다. KBS가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환영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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