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다 됐다. 오랜 기간 침묵을 깨고 MBC는 최승호 사장 선임 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고, KBS도 고대영 사장 해임을 계기로 더욱 비장함이 느껴진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72일, 언론노조 KBS본부는 142일이라는 총파업을 거쳐 이제 ‘재건’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렇지만 적폐세력의 보도국 장악으로 무너진 조직의 신뢰를 되찾기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공정성과 신뢰성 회복을 위한 공영방송의 정상화 움직임과는 달리 YTN은 아직 화약고와 같다. 새 사장이 오면 다시 ‘리셋’이 될까 했던 기대는커녕 갈등은 멈추지 않고 있다. YTN노조는 연차투쟁을 했고 최남수 사장이 퇴진하지 않으면 2월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YTN 파업찬반투표에서는 79%가 지지했고 사회원로와 언론, 시민사회, 노동, 종교계 인사 277명은 최 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최 사장은 후안무치 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 사장은 출근저지 투쟁으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고 YTN의 업무가 정지됐다는 이유로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는 또 “정당하게 주총에서 사장으로 선임된 제가 비민주적 압박과 집단의 힘에 의해 중도 하차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버티고 있다.
하지만 YTN의 현 사태는 최 사장 본인이 자초한 일이라는 점을 스스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머니투데이방송 보도본부장 시절 여성 비하 메시지를 자신의 트위터에 상습적으로 게시했고 MB찬양 칼럼 논란 등 YTN 사장 자격에 부적합한 전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주주총회에서 사장 선임 안건이 차질 없이 처리된 건 노사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노조가 YTN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린 결과였다.
특히 최 사장은 YTN노조와 ‘YTN 바로세우기 및 미래 발전을 위한 노사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보도국장 인선, 지명 기한 등 구두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파기시켰다. 스스로 조직원들의 신뢰를 잃게 만든 행동이자 지금 상태라면 내부 적폐 청산과 보도국 독립성 보장은 요원해 보인다.
지난 2008년 YTN에서는 MB 특보 출신 사장 선임에 반발해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했던 언론인 6명이 해직됐고 총 33명에 대한 대량 징계가 이뤄졌다. 이후 10년 가까이 외압에 흔들리면서 채널 경쟁력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나마 지난해에 와서야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가 지난한 싸움 끝에 3000여일 만에 복직했고, 내부 쇄신에 대한 의지도 여느 때보다 절실하다.
해임된 김장겸·고대영은 방송 파행에도 자신의 안위에만 골몰해 시간 끌기에만 전념했다. 그 만큼 신뢰 회복의 첫 걸음도 지체됐다. 최 사장은 다시 YTN을 파국으로 내몰려는 것 인가. YTN이 무너진 공정보도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잃어 버린 시간 이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YTN의 적폐 청산과 바로 세우기는 지금 바로 시작돼야 한다.
최 사장은 “YTN의 명예와 이미지까지 끝없이 실추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왜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 진정 YTN의 명예를 지키려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무늬만 사장이라는 직을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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