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해임, 'KBS 재건'의 시작이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총파업 141일의 긴 기다림 끝에 지난 22일 고대영 KBS 사장 해임제청안이 의결됐다. 이어 23일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고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재가했다. 고 사장과 함께 언론 적폐로 지목됐던 이인호 이사장은 고 사장 해임 직후 이에 대한 반발로 스스로 이사장직과 이사직을 사퇴했다. 고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5개월 가까이 총파업을 벌여온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업무 복귀를 선언했다.


고 사장은 지난 정권 청와대 방송의 하수인 노릇을 해온 인물로 저널리즘을 무너뜨린 장본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비롯해 국정원의 대선 개입, 보도국장 재직 당시 등 굵직하고 역사적인 사건을 왜곡·축소 보도하고, 보수정권이 민감해 하는 문제에 대해 침묵하며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해왔다. 그 결과 공영방송 KBS의 공정성과 신뢰도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불변의 1위를 지키던 KBS뉴스 신뢰도 역시 순위를 따지기조차 힘들 정도로 급격히 추락했다.


그 결과 지난 12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서 KBS는 사상 처음으로 합격점수에 미달해 조건부 재허가를 받기도 했다. 데스크와 간부들은 고대영 체제를 수호하는 데만 급급했고, 이에 반발하는 구성원에게는 징계의 칼날을 들이댔다. 회사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한 기자를 제주도로 부당 전보하는가 하면, 편향된 기사의 취재 과정을 문제 삼았다는 이유로 부당 징계를 자행하기도 했다.


공인으로서의 도덕성도 문제가 됐다. 고 사장은 보도국장에 재직할 당시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고, 고대영 체제를 비호했던 일부 KBS 이사들은 국민들이 낸 수신료를 사적으로 유용하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그야말로 방만함과 부도덕함의 극치를 국민들에게 보여준 셈이다. 이 모든 사태와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진작 물러났어야 할 고 사장은 연이은 방송 파행에도 자신의 안위에만 골몰해 시간끌기에만 전념했다. 이런 까닭에 KBS 정상화의 시작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정상화의 길에 발 딛은 KBS를 환영한다.


그러나 이제 겨우 장애물 하나를 치웠을 뿐이다. 아직 KBS가 가야 할 길은 멀다. 국민들의 눈초리는 여전히 매섭고, 파업 장기화로 인해 방송은 망가졌다. 무엇보다 무너진 저널리즘 재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직 곳곳에 존재하는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주범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특히 진정한 저널리즘을 구현하지 못했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 개선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잘못된 방송계 관행을 뿌리 뽑고 구성원 모두가 책임있게 일할 수 있는 방송국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조직 내부의 체질 개선 없이 바깥으로만 공정방송을 외친다면 이는 허황된 구호이다. 그동안 정치 후견인 노릇을 하며 공영방송을 지킬 의지도 없는 사장들을 뽑고 조정해온 이사회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영방송 KBS를 지키지 못한 가장 큰 책임은 KBS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 KBS가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치열한 자기 반성과 싸움이 필요하다. 고 사장의 해임안이 확정되던 순간 KBS 구성원들이 기쁨의 환호 대신 흘렸던 뜨거운 눈물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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