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진행된 남북 대화에 대해서도 ‘케이 스트리트’는 열띤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80% 이상 대다수 논의는 우려와 경계를 강조하는 것이고, 환영과 기대감 표명은 소수 의견일 뿐이다. 경계론은 북한의 평화공세가 한미 동맹을 이간하거나, 제재를 완화하거나, 또는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한 책략인 만큼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이런 경계론에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 동맹 균열 의도에 대한 지적은 너무 당연한 주장이라는 점이 문제다. 남과 북, 그리고 북한과 미국이 적대관계인데도, 천연덕스럽게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기만 전술을 펼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은 생뚱맞은 일이다. 제재 완화 전술이라는 경고도 북한이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논증할 필요도 없이 자명한 것이다. 시간 벌기라는 주장은 오히려 위험한 발상이다. 과거 10년 가까이 북한을 제재한다는 명목으로 북한과 대화를 거부한 결과 북한이 마음껏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는 상황을 방치한 결과가 됐다는 점에서 이적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 스트리트’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경계론이 나오는 것은 그 자체로 유감스러운 일이고, 한국 처지에서 보면 불쾌한 요소도 있다. 지극히 당연한 사항을 마치 어린 학생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한국 지식인을 열등하게 보는 인식을 노출하는 것이다.
남북 분단과 통일 문제 변수를 외면하는 것도 역시 한반도 지정학적 특수성을 터무니없이 과도하게 무시한 결과다. 시간 벌기 경계론은 결국 지난 10년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라는 지침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 개선에 나서지 말라는 주문과 같다.
초강대국 미국의 엘리트가 모여 있는 ‘케이 스트리트’에서 이런 허황된 논의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미국에서 국제정치 이론은 강대국 중심이고, 약소국은 부수적 존재인데, 한국은 약소국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서양 외교사에는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통일국가를 이뤄야 한다는 등식이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그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을 위협하는 불량국가일 뿐이다. 그러므로 ‘케이 스트리트’ 경계론에 대해서는 화를 낼 일이 아니라 설명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다.
효과적인 공공외교를 통해 한국이 중견국가가 됐고, 분단과 통일 변수가 한국에는 중요하다는 점을 ‘케이 스트리트’가 더 많이 이해한다면 부질없는 경계론을 거론하는 미국 전문가 수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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