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인턴기자와 기자의 지인을 일반 시민인 것처럼 인터뷰한 영상을 내보낸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무술년 최대 화두 개헌…시민의 생각?)는 우리가 얼마나 취재와 기사 작성의 기본을 망각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사건이다. MBC가 2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여론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보도 행태일 뿐 아니라, 취재윤리를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며 공식 사과했다. 그러면서 자체 조사 결과 지난달 9일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전자담뱃세 인상 리포트에서도 MBC 직원을 일반 시민인 것처럼 인터뷰한 사실도 있다고 공개했다.
이번 취재윤리 위반 사건을 MBC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익명의 취재원을 남용하거나 심지어 익명취재원의 의견을 내세워 기자 자신의 생각을 인용하는 경우가 기자사회에 없다고 단언할 수 있나. 타 매체 보도를 인용하면서 출처도 제대로 밝히지 않는 등의 취재윤리 위반 사례는 차고 넘친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2008년 7월 중앙일보는 취재기자와 대학생 인턴기자가 미국산 쇠고기 판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인 것처럼 연출한 사진을 실어 사과한 적도 있었다.
2016년 8월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전세비행기, 호화요트, 골프관광, 유럽 왕복 항공권 일등석 등의 접대를 받은 조선일보 전 주필 사건은 언론계에 충격과 실망을 안겼다. 향응이나 접대 관행은 촌지 받던 시절에 기자생활을 했던 고위급 간부에 국한하지 않는다. <한국의 언론인 2013>에서 언론계 촌지 수수에 대한 인식을 물어본 결과, ‘무료티켓(문화, 예술공연 등)’과 ‘선물’ 형태의 촌지가 ‘자주 혹은 매우 자주 수수되고 있다’는 응답이 54.6%, 고가의 식사 및 골프접대 등을 포함한 ‘향응이나 접대’ 형태의 촌지 수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이 53.1%로 나타났다.
윤리의식 실종은 미국 유수 언론도 마찬가지다. 1981년 4월 워싱턴포스트의 재닛 쿡 기자는 ‘지미의 세계’라는 퓰리처상 수상 기사에 등장한 지미와 지미의 가족이 사실은 가공인물이라는 점이 밝혀져 사표를 냈다. 워싱턴포스트는 즉각 퓰리처상을 반납했다. 그리고 1면을 포함해 4개 면에 걸쳐 진상보고서를 실었다. 뉴욕타임스의 제이슨 블레어 기자는 2002년부터 2003년 4월까지 쓴 73개 기사 가운데 37건에서 다른 기자들의 기사를 표절하고, 보지 않은 현장을 묘사하거나 코멘트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편집인과 편집국장이 물러났다. 뉴욕타임스도 7개 면에 걸쳐 블레어의 기사 조작 사건을 보도했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지면에 세세하게 보도하는 두 언론사의 사례는 어정쩡한 사과문을 싣고 뭉개버리는 한국 언론과 분명 다른 모습이다.
조선일보가 지난해 말 ‘조선일보 윤리규범’을 제정하고, 취재와 제작 과정에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 21장·52조·322항을 제시했다. 취재와 보도 과정 전반에 안착하도록 실효적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언론사마다 윤리강령이나 취재준칙이 있지만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은 탓이다. 언론의 생명인 신뢰를 위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취재윤리를 적용해야 한다. 마감시간과 경쟁에 쫓긴다는 명분으로 합리화할 수는 없다. 가뜩이나 언론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기본을 망각하면 저널리즘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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