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은 신뢰를 먹고 살아야 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지난달 4일 MBC 사장 후보 정책 설명회가 열린 날, 최승호 당시 후보자는 MBC 재건 계획을 밝히며 신뢰를 강조했다. “MBC의 위기는 재미있는 드라마, 재미있는 예능을 만들지 못해서가 아니다. MBC의 위기는 비즈니스의 위기가 아니라 신뢰의 위기다. 시민의 신뢰를 되찾는 데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신뢰의 위기는 MBC에 국한하지 않고 언론계 도처에서 부유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옥스퍼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조사 대상 36개국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기자들 스스로도 국민들이 언론을 불신한다고 생각한다. 기자협회보가 지난해 8월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이 언론 전반에 대해 얼마나 신뢰하고 있냐’는 물음에 74.8%가 ‘신뢰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로 시민들은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들었고 그 결과, 부패와 반칙, 특권의 구체제가 무너지는 걸 목격했다. 언론이 촉발한 촛불은 6개월 가까이 타오르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상식을 확인시켜줬다. 그런데 언론은 왜 시민들과 괴리되어 있을까. 우리 사회가 정치, 경제, 교육 등에 대한 신뢰가 전반적으로 높지 않다고 해도 민주주의에서 공론장 역할을 하는 언론에 대한 불신은 뼈아프다.


불신의 저널리즘엔 주요 원인이 있다. 먼저 달라진 독자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독자들은 더 이상 뉴스의 일방적 수용자가 아니다. 고도의 전문성으로 뉴스의 잘잘못을 짚고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기존 언론을 미련 없이 버린다. 특히 소비에만 머무르지 않고 SNS를 통해 기사를 퍼나르고 공유하는 등 적극적이다. 그런데 언론은 독자 위에 있다고 착각한다. 독자만이 우리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늘 거꾸로다.


디지털 뉴스환경에선 더 심하다. 뭐가 그리 급한지 팩트는 뒷전이고 제목만 바꾸거나 글자 몇 자 고쳐서 후다닥 내보낸다. 현장에 있어야 할 기자들을 베껴 쓰기 기사로 내몰면서 어떻게 디지털 혁신을 얘기하나.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냈으면서도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불신의 저널리즘을 확대재생산하는 구조다. 정치권력에 굴복하고 자본권력에 아부하는 행태는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삼성 장충기 문자’에서 보듯 광고와 협찬을 주면 기사로 보은하고, 삼성 직원처럼 삼성의 안위를 걱정하는 일부 언론인의 일탈은 참담하다.


팩트, 현장, 권력에 대한 감시견, 약자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단 비즈니스를 위해 저널리즘을 팔고, 속보와 양 위주의 기사 경쟁을 벌이고, 콘텐츠 질 향상에 무관심하다. 그럴수록 신뢰도 저하는 가속화되고, 언론은 시민들에게 잊힌 존재로 전락할 것이다.


뉴스의 깊이가 다르고, 콘텐츠가 믿을 만 하다면 독자는 응답한다. 우리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보도 과정에서 이를 확인했다. 자발적 구독이 늘고 후원이 답지하고 시청률은 상승했다. JTBC는 단기간에 신뢰도와 영향력 1위에 올랐다. 불신의 늪에 빠진 언론계 현실에서 곱씹어볼 현상이다. 더 늦기 전에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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