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외교, 2단계 목표와 과제

[스페셜리스트 | 외교·통일]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북한학 박사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나는 시점에서 외교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혼란이 수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외교 공백이 시작하고, 외교 분야 사면초가 현상이 심각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북핵 문제는 지난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소강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 국면은 북한이 9월 중순 이후 도발을 유보한 것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현상인지 불투명하다. 그러나 도발과 맞대응의 악순환 흐름을 중단시킬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한미 관계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장으로 유동성이 커졌지만,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불안 요인이 상당 부분 정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발언이나 행동을 자제한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양국 참모들이 준비한 건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도 호전됐다. 한중 관계는 지난해 초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왔고, 한국 외교의 숨통을 조이는 장애물이었다. 양국이 긴밀한 외교 노력을 통해 사드 문제를 봉합하고, 관계 개선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은 긍정적이다. 이로써 문재인 출범 이전 사면초가 상황에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 방면에서 출로를 만든 셈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2개 방면, 즉 남북관계와 한일관계는 막혀 있고, 국내외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생각하면, 문재인 외교 6개월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한미 관계가 좋아졌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미국에서 국무부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백악관과 청와대가 소통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한국에서는 외교부 중심으로 외교를 이어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과제가 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여전히 막혀 있는 것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돌파구를 열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노출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조급한 접근으로 상황을 망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서도 관심을 돌려야 할 것이다. 한일관계도 숙제다. 양국 간에는 중대한 간극이 존재하지만, 북핵 문제 등 다른 외교 현안에서 일본이 어깃장을 놓을 경우 상황이 반드시 악화됐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한일관계 개선은 필요하다.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노력이 진행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러시아와 유럽 연합, 인도, 아세안, 아프리카와 관계 개선을 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한 것이고, 기존 한국 외교에서 부족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과거 정부에서도 외교 지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고, 대부분 그런 노력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과도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정책을 전개한다면, 반드시 실패를 재연할 것이다.


외교를 잘 하려면 국내 정치 차원에서 초당적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한국 정치 현실에서 초당적 협력 체제를 만드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말이 많다. 그러나 대통령을 포함한 집권 세력이 결정한다면, 불가능하지 않다. 지금까지 대북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대부분 국내 정치 차원의 당파적인 접근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외교 과제는 역설적으로 초당적인 대북 정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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