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KBS MBC, 두 공영방송의 적폐청산과 개혁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방송인들은 제작거부에 나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공영방송의 많은 가치들이 손상됐고 국민들은 TV화면에서 멀어졌다. 급변하는 방송환경으로 공영방송의 활로를 모색하는 일이 까마득하지만 우선 걷어치울 건 치우고 가자.
공영방송은 다수 대중에게 광범위하면서도 신속하게 정보를 전파하고 여론을 형성한다. 따라서 공영방송은 중요한 기능만큼이나 통제 또한 중요하다. 공영방송을 누구의 통제 아래 둘 것인가? 첫째는 공영방송의 권력을 분산시키고 여럿이 공유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오용을 방지해야 한다. 둘째는 다수가 통제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보완하기 위해 소수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할 수 있다. 첫 번째 기능을 이사회가 담당하고 두 번째 기능을 대표이사가 맡는다. 지금 우리의 공영방송에서는 첫 번째 통제기능은 관변 인물들로 채워진 어용 이사회가 휘두른다. 일부 존재하는 소수 의견은 힘의 논리에 의해 배제된다. 두 번째 통제기능은 낙하산 사장이 휘두른다. 이 나라 공영방송의 시민적 통제는 이렇게 이사회와 경영진이 왜곡되면서 정치권력에 유착한 정권야합적 지배로 바뀌어 버렸다.
이는 재벌기업의 왜곡된 지배구조와 유사하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주주총회가 있고 다수로 구성된 이사회가 있다. 하지만 약간의 지분을 가진 회장 아들·딸들은 가문의 힘을 등에 업은 채 기업 전체를 통제한다. 이사회는 총수 수하들이 맡고 있다. 지금의 공영방송 사장들 역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힘을 이사회라는 관변조직을 등에 업고 멋대로 휘두른다. 당연히 그 뒤에는 총수의 가문처럼 정치권력이라는 힘이 받쳐주고 있다. 지난 주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공판에서 판정되었듯이 재벌 총수가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인정받기 위해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에게 회사 돈을 꺼내 상납한 것은 유죄이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사기업이지만 회사의 자산을 횡령해 뇌물로 공여한 죄로 유죄다. 공영방송임에도 그 수장이라는 사람들이 권력에 굴종해 이 나라 공영방송의 신뢰기반을 허물고 공공기능을 정치권력에 헌납한 죄 역시 유죄다. 그리고 이를 제어하지 않고 국민의 비난과 내부 조직원들의 저항을 침묵시키도록 방조하고 협력한 이사회 역시 그 책임이 무겁다. 자유언론 침탈의 부역자, 공범자들을 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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