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장 선임, 적폐세력 농단 안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심상치 않은 후폭풍을 의식해서인가. 상식 밖의 심사에 대한 자기비판인가. YTN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지난달 26일 면접 대상자 4명에 대한 심사가 끝난 뒤 적격자가 없다며 사장을 재공모하겠다고 밝혔다.


사추위가 재공모 절차를 밟기로 한 것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불공정 심사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누가 보더라도 이번 서류 심사는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한 담합의 정황이 짙어 보인다. YTN 노조에 따르면 대주주인 한전KDN, 한국마사회, KGC인삼공사에서 추천한 사추위원 3명이 노 기자에게 0점을 줬다. 경영능력, 공정방송 의지, 도덕성, 정치적 중립성, 리더십 등 서류 심사 5개 항목 모두 0점을 받은 것이다. 반면 노조와 방송학회 추천 사추위원 2명은 점수를 부여했다. 노 기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아무리 못났어도 대주주 측 사추위원 모두로부터 0점 처리를 당할 만큼 부적격 인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부적격 인사는 서류 심사를 통과한 면접 대상자 4명이었다. YTN 기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대선캠프에 줄을 대거나 해직 사태에 눈감고, YTN에 심각한 영업 손해를 끼친 전력을 가진 인물들이라고 한다. 2008년 YTN 해직 사태가 이명박 대통령 방송특보 출신의 구본홍 사장에서 촉발된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대통령 특보 출신이 사장이 되면 뉴스 전문채널의 생명인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사장 선임을 반대했고, 그 과정에서 기자 6명이 해고됐다. 그런데 사추위는 부적격 인물들을 면접 대상자로 선택했다. 사추위원들이 자신을 추천한 곳의 입장을 반영한다고 봤을 때 이번 담합에는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다는 게 상식적인 추론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대주주 측 사추위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 노 기자에게 0점을 몰아줄 수 있을까.


YTN 새 사장 공모는 지난 5월 조준희 전 사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시작됐다. 사장직에 오른 과정 자체가 미스터리했던 그는 2015년 3월 YTN 사장으로 선임됐으나 임기를 10개월여 남기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다수 구성원의 퇴진 요구를 외면한 채 임기에 연연하며 버티고 있는 고대영 KBS 사장, 김장겸 MBC 사장과 비교해 그나마 양심적인 처신을 했다고 할까.


YTN은 해직 사태 이후 “정권에 충성스러운” 인사가 사장을 연임하는 등 10년 가까이 외압에 흔들렸다. 그 사이 YTN 대표 상품인 ‘돌발영상’이 폐지되는 등 채널 경쟁력은 계속 추락했다. 때문에 내부에선 YTN을 대대적으로 쇄신할 수 있는 리더십을 원했고, 외부에선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사가 사장으로 오길 염원했다. 그러나 그런 간절한 소망은 YTN 안팎에서 암암리에 기생하는 적페세력의 농단에 처참하게 짓밟혔다.


새시로 사장 공모를 하기로 한만큼 논란을 일으킨 사추위는 재구성하는 게 마땅하다. YTN 대주주는 이번 심사 결과에 책임을 지고 새로운 인물로 사추위원을 교체해야 한다. 그리고 YTN의 개혁을 담보할 수 있는 인물을 사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도록 사추위원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 그래야만 9년 만에 어렵게 부활한 사추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 YTN은 대주주가 공기업인 준공영 언론사다. 그런 점에서 최소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훼손이 우려되는 YTN 사장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YTN 사장 선임은 언론개혁을 이끌어내는 ‘마중물’이다. 이번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심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언론 정상화에 대한 새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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