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부터 1947년까지 ‘콩바’의 편집국장이었던 카뮈는 138개의 사설을 포함, 총 165개의 기사를 썼다. 그의 사설들은 당시 역사적 사건들에 의해 분출된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는데, 특히 저널리즘에 대한 그의 사고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저널리스트의 직업윤리에 관한 글을 썼고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옹호했으며, 독자에 대한 저널리스트의 책임은 무엇인지, 저널리즘의 실천을 통해서 진실과 정의, 희망을 어떻게 전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한 국가의 가치는 그 나라 언론의 가치로 매겨진다”라는 유명한 선언을 한 카뮈는 해방 당시, 새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언론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새로운 언론모델은 선정주의와 비열함에 대항하는 퀄리티 저널리즘 모델이었다. 그는 특히 언어의 엄중한 사용을 강조하면서, 새 시대의 언론은 구시대적 표현을 재탕하거나 천박한 감수성에 호소해 독자의 환심을 사려 해서는 안 되며,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거나 그 단어들을 다룰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국가의 언론이 그 국가의 목소리라면 저널리스트에게는 언어의 수준을 최대한 높임으로써 국가의 품격을 높이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카뮈는 <비판적 저널리즘>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올바른 정보의 제공을 위해 비판적 해설을 동반할 것,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성을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의 출처를 최대한 제시하고 정확한 설명을 덧붙일 것, 아울러 심층 정보를 제공하고 허위정보나 의혹을 진실한 뉴스로 포장하지 말 것 등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적 저널리즘을 실천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자본주의 논리와 연관된 타락한 정보 혹은 모호한 정보로부터 독립적인 정보를 분리할 것,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언론을 지향할 것을 주장했다. 요컨대, 그가 말한 비판적 저널리즘이란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자유로운 언론으로서 엄중하고 품격 있는 언어로 진실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윤리적이며, 비판적인 해설을 담은 새로운 언론이었다.
그는 또한 저널리스트의 사명은 진실 전달에 있으며, 언론이 그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충분한 성찰과 양심을 지키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 것과 그 무엇보다 민주주의적 혁명을 이끌기 위해 독자를 존중할 것을 강조했다.
프랑스 언론 역사상 가장 탁월한 글쓰기 수준을 보여준 신문들 중 하나로 인정받았으며 독자 존중이라는 측면에서도 독보적이었던 ‘콩바’는 아쉽게도 재정적 위기와 내부 갈등으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작업에 지독한 엄격함을 부과했던 카뮈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한 저널리스트로서 프랑스 저널리즘의 가장 핵심적인 존재로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언젠가 ‘콩바’에 버금가는 신문을 다시 만들고자 했던 그의 꿈은 디지털 시대에 저널리즘의 이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수많은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새롭게 실현되고 있다.
품격 있는 언어를 통해 퀄리티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독자를 존중하며 엄격한 저널리즘 윤리 규범을 준수하는 독립 언론, 카뮈가 새 시대를 위해 제시했던 언론 모델은 언론의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언론의 모습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1940년대에 주장했던 그의 비판적 저널리즘이 당대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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