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일자리공약은 성공할 수 있을까? 공약이행을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몇가지 전제조건이 꼭 필요하다.
첫째 일자리와 경제성장에 대한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인식전환이다. 전통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정책은 도로 건설 같은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집중됐다. 그러다보니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돈을 낭비한다는 논란이 많았다. 일본은 좋은 본보기다.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 동안 유력 정치인의 지역구에 도로 건설 등 쓸데없는 토건정책에 정부지출을 낭비했다. 한국도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지출을 단순히 늘리는 것보다,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자리 공약은 사회 양극화 개선과 경기부양을 함께 이룰 수 있는 묘책이 될 수 있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바뀌면 소득이 늘어난다. 저소득층은 늘어난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에 사용하는 성향이 강하다. 결국 일자리 창출·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소득 증가→소비 확대→내수 활성화→기업 투자·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경제정책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더불어 성장론’의 골자다. 이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 패러다임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새정부가 일자리공약 실천을 위해 10조원의 추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한국당이 민간경제 활성화가 우선이라며 반대하는 것은 과거의 낡은 사고방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비정규직의 인내와 자제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여직원은 대통령의 말에 희망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고용 안정성과 처우 개선을 기대할 것이다. 비정규직의 보수는 정규직의 50~60%다. 이를 단번에 100% 수준으로 올리려면 그만큼 국민의 세금부담이 늘어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업무가 다를 경우 무조건적인 동일임금 적용은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비정규직 전환을 놓고 직무별 자회사 설립이나 별도 직군 신설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는 이유다. 물론 비정규직으로서는 불만일 수 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옛말이 있다. 모처럼 조성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계속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번째는 민간기업 노사의 자율적 협력이다. 전체 일자리 중에서 공공부문 비중은 7.6%에 불과하다. 또 대기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40%를 넘는다. 정부가 노력해도 민간부문의 변화가 없는 한 한계가 있다. 현실에서는 대기업의 ‘고용없는 성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30조원에 육박한 삼성전자조차 1년동안 3700여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새정부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규제도 비용(역기능)을 수반한다. 민간기업의 자율적 협력은 규제 강화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특히 사회 일각에서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는 대기업 노조의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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