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의 전면적 디지털 이행 선언에 언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8일 디지털 혁신 설명회를 열고 콘텐츠 제작의 무게중심을 종이신문에서 디지털로 옮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자들은 지면이 아니라 온라인 중심으로 기사를 쓰고, 차장·부장급으로 이뤄진 라이팅에디터 10명이 온라인 기사를 가공해 지면에 싣고 있다. 다수 섹션면을 폐지하고 일부는 본지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종이신문 지면을 줄였다.
국내 언론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 2014년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나온 이후 국내 언론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냈다. 카드뉴스와 동영상 등 디지털 전용 콘텐츠를 생산하고, 페이스북 등 SNS에 기사를 올리고, 각종 서브 브랜드 실험을 계속했다. 그렇지만 질적 전환은 터덕거렸다. ‘기승전트래픽’을 강요하는 요구는 계속해서 내려왔고, 디지털 퍼스트를 속보라고 오해해 빨리빨리 쓰라는 중간간부들의 압박은 노골화됐다. 무엇보다도 경영진에서 편집·보도국장, 기자에 이르기까지 다음날 신문, 저녁 메인뉴스를 우선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로 이동하겠다고 중앙일보가 나선 것이다.
뉴스 주력 소비층은 달라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간한 ‘2016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보면 모바일을 이용한 뉴스이용률이 70%를 넘어섰다. 2011년 19.5%에 비해 5년 새 3.5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30대 모바일 뉴스이용률은 각각 93.7%, 93.3%를 차지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는 종이신문이 아닌 모바일에서 뉴스를 보고, 모바일을 통해 뉴스를 공유한다. 언론사 뉴미디어 트래픽의 60~70%는 이미 모바일에서 나오고 있다.
홍정도 중앙일보·JTBC 사장은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면서 “지금 딛고 있는 땅은 서서히 가라앉고 있고 계속 있다가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구독과 광고라는 전통적 수익모델은 붕괴되고 있다. 이미 종이신문 열독률은 2006년 68.8%에서 10년 만에 20.9%로 곤두박질쳤다. 대기업 등 광고주들이 광고 효과 보다는 불리한 기사를 막기 위해 광고·협찬을 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보험성 광고·협찬’의 수명은 다해가고 있다.
중앙일보는 3개월마다 조직개편 및 인사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홍 사장은 연내에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분명한 목표는 구성원을 이끌어가는 힘이지만 한편으로 성과지상주의에 매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디지털 전환은 단번에 성공할 수 없다. 수차례 시행착오와 실패는 기본이고 투자로 인력 및 인프라를 충분히 갖춰야 가능하다는 걸 지난 2년간 실험으로 알고 있지 않나. 조급증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 디지털 전환의 목표가 항간에 떠도는 것처럼 1000만 페이지뷰 달성 등 페이지뷰 늘리기로 귀결된다면 실망스럽다. 디지털 충성 독자를 확보해 중앙일보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수용자를 씨줄날줄로 단단하게 엮는 게 살길이다. 경영진이 기자들에게 인사이트 기사를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깊이 있는 기사, 차별화된 기사는 조회수, 체류시간 측정에서 자유로울 때 가능하다는 걸 경영진은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구성원들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해서도 안 된다. 중앙일보 노조가 지난 2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편집국 조합원 87.2%, JTBC 보도국 조합원 66%가 1년 전에 비교해 노동 강도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또 92%가 현재의 임금 수준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일한 만큼 보상을 주면서 구성원을 설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중앙일보가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지금보다 더 디지털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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