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fake news)’와 ‘사실 확인(fact check)’은 대선 정국에 들어선 대한민국 언론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다.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뉴스의 매개체로 자리잡으면서 진실과 거짓은 뒤범벅되고, 뭐가 검증된 ‘진짜 뉴스’인지 갸우뚱할 경우가 많다.
실제 미국 대선기간에는 “프란체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테러단체인 IS에 무기를 팔았다” 등의 가짜뉴스가 본격 대두되며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심지어 가짜뉴스의 공유·반응·댓글 건수가 미국 주요 언론사가 생산한 진짜뉴스 보다 더 많을 정도로 영향력을 나타내며 기존 언론의 존재를 위협했다.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배경은 필터버블(Filter Bubble)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현상에 기인한다. 맞춤형 검색기술 발전으로 이용자는 취향에 맞는 특정정보만 편식하게 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보수 성향의 사람에게는 보수 관련 글만 보여준다. 이로 인해 자신의 관점과 배치되는 정보와는 점점 격리된다. 여기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이 더해져 잘못된 사실도 진실처럼 신념을 굳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기존 미디어가 갖고 있던 게이트키핑 시스템은 무너져버렸고, 다양성은 실종돼 건강한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어렵게 했다.
그렇다고 가짜뉴스 범람에 대한 책임을 기술의 진화와 사용자에게만 돌릴 순 없다. 기성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트래픽을 위해서라면 실시간 검색어나 SNS 받아쓰기에 몰두하는 매체가 허다하다. 속보 경쟁에만 매몰된 나머지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않고 기사를 쏟아냈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영국 옥스퍼드 대학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언론 신뢰도는 조사 대상국가 26개국 가운데 23위를 차지할 정도로 낮다. 뉴스가 반드시 갖춰야 할 신뢰성과 공정성을 잃다 보니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이 돼 버렸다.
물론 뉴스플랫폼 역할을 하는 SNS와 포털에도 더욱 강한 사회적 책임이 부여돼야 할 필요는 있다.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구글과 페이스북은 르몽드를 비롯한 전통 매체와 협업해 자체 검증 시스템 ‘크로스체크 프로젝트’를 결성했다. 하지만 가짜뉴스의 생산과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는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만이 능사도 아니다. 검찰과 경찰이 철저히 모니터링 한다고 척결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표현의 자유를 막을 소지가 있다.
나치 선동가 괴벨스의 이야기처럼 거짓말도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가짜뉴스는 혼란스런 탄핵 정국을 넘어 대선 국면에 이르면서 대선주자를 흠집 내는 방향으로 무차별 확산되고 있다. 클릭 한 번으로 포털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 빠르게 다수에 공유되는 특성으로 인해 그 폐해는 치명적이다. 특정 의도로 진실을 호도하며, 이념대립을 조장해 편가르기의 도구로 쓰이는 것이다. 이는 곧 기존 미디어에 대한 불신과 피로감으로 이어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한민국은 극단적으로 분열됐다. 이러한 시기에 나오는 가짜뉴스는 민의를 왜곡하고, 사회갈등을 증폭시킨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공론 형성을 막아 민주주의의 기반을 잃게 만들 우려가 있다. 이정미 재판관은 퇴임사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 그 요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라며 다양성을 강조했다. 언론이 철저한 팩트체크를 기반으로 진실을 추구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것, 그게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고 가짜뉴스를 아웃시키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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