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프랑스 최초의 인터넷 유료 독립 매체인 메디아파르트를 창간한 그는 현재 이 매체의 대표이자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온라인 매체의 유료독자는 지난해 12만명에 육박했다. 불과 60명가량으로 구성된 소규모 매체가 이처럼 놀라운 독자규모를 갖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심층 탐사보도를 통해 권력의 비리를 끊임없이 밝혀온 메디아파르트의 집념에 있다.
에드위 플레넬과의 대화는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그 중 메디아파르트의 편집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메디아파르트는 ‘편집방향’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우리는 대신 ‘파르티 프리(parti pris·큰 생각, 성향 등을 의미)’라고 한다. 이는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나의 편집방향이 아니라 합리적인 소신과 저널리즘 윤리에 기반해 저널리스트는 개인적 관점을 표현할 수 있다. (…) 누군가 메디아파르트의 방향성을 정의하라고 요구하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는 ‘급진적 민주주의자’들이라고. 프랑스어에서 급진적(radical)이라는 단어는 뿌리(racine)에서 파생했다. 근원에서부터 질문을 가져오는 것, 바로 이것이 핵심이다. 메디아파르트는 정치적 개념의 편집방향이 없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 이 전환의 시대에 우리가 유일하게 수호해야 할 대상은 민주주의이기에 이 민주주의를 더욱 심화시키고 성숙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장황하게 그의 대답을 늘어놓은 이유는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저널리스트가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급진적 민주주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스템 균열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 전달하는 저널리스트 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에서부터 시작해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끄는데 언론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동시에 권력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함으로써 이러한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비판에서도 언론은 결코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위한 시작이듯 지금이 언론에게는 전환의 기회일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문제들, 세월호 참사의 원인 등 여전히 수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산적해 있고, 권력의 부정과 비리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언론사들도, 부패 기득권 세력도 여전히 그 자리를 버티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감시와 견제 기능, 정치인에 대한 검증 기능, 우리 사회의 불합리와 병폐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물론 그 이전에 언론의 신뢰회복이 급선무일 것이다. 언론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원인은 언론 내부에 있기에 기본적으로 언론 본연의 의무를 수행할 때 언론의 신뢰 회복도 가능하다. 언론은 이번 사태의 취재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말아주기를, 과거에 대한 자성을 통해 한 발짝 더 나아가기를, 그리하여 다시는 이 땅에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의 끈을 놓지 말아주기를 바란다. 적어도 자신의 존재 이유인 민주주의가 또 다시 극단적인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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