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방위원장 내준 야권, 방송개혁 의지 있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MBC뉴스만을 시청하며 세상 돌아가는 일을 파악하는 이가 있다면 그에게 있어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이라는 인물은 아주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그가 폭로한 국책은행의 부실기업(대우조선해양) 지원 과정 전말에 대해서는 더욱 알 수 없을 것이다. 뉴스를 통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KBS뉴스만을 시청하는 이가 있다면 그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9시뉴스에 한 번, 아침뉴스에 한 번 그 이름이 나오긴 했지만 전후좌우의 맥락과 상황이 상세히 다뤄진 게 아니라 식상한 ‘여야공방’ 프레임의 보도 속에서 짧게 언급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이 권력 감시·견제·비판 보도에 ‘몸을 사리는’ 수준을 넘어 노골적으로 외면하고 물타기에 나선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지만 ‘홍기택 파문’의 경우는 다시 한 번 우리 사회가 공영방송의 심각한 권력종속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환기하고 있다. ‘낙하산’ 사장 문제, 제작 자율성 침해, 내부 비판 탄압, 대규모 징계 및 현업 배제 사태 등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에서 불거진 여러 가지 문제들은 두 차례의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그야말로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상황이다.


원 구성이 끝나고 20대 국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우리는 방송 개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이하 미방위원장)을 ‘선뜻’ 새누리당에 내준 야권을 보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방위원장이 어떤 자리인가? 방송통신위원회부터 시작해 KBS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 공영방송 사장과 경영진 등을 감시·감독하고 감사할 수 있는 주무 상임위원회의 책임자다. 야당이 통과시키겠다고 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 등은 미방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려야 1차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그런데 야당은 이런 막중한 자리를 새누리당에 넘겨주고 말았다. 여기에 2차 관문인 법사위원장까지 새누리당의 몫이 된 것을 보면, 비록 그것이 국회의장을 야당 몫으로 하기 위한 협상의 결과였다고 하더라도 맥이 풀린다.


▲무소속 윤종오 의원(울산 북구)이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최근 상임위 배정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한 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의 농성장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야당은 그새 잊은 것인가? 지난 19대 국회에서 여당 소속 미방위원장의 벽에 막혀 MBC·KBS 청문회, 진상조사 등이 무위에 그쳤고 해직언론인법,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립을 규정한) 방송법 개정안 같은 개혁법안 역시 휴지조각이 돼 버렸던 것을. 심지어 19대 국회에서는 개원협상 합의문에 미방위(당시는 문방위)에서 MBC 청문회 개최를 위해 노력할 것을 명시했고 여기에 여·야 원내대표가 서명까지 한 바 있었다. 그런 공개적인 약속까지 했는데도 여당은 자당 소속의 미방위원장을 앞세워 끝내 청문회 등을 무력화했던 전력이 있다. 야당의 기억 속에서는 이런 역사가 그새 소거된 것인가?


‘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의 비교섭단체 의원 상임위 배정도 아쉬움을 남긴다. 정세균 의장은 언론개혁 전문가로 정의당에 의해 야심차게 기획, 영입된 추혜선 의원을 외통위로 배정했고,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환노위 배정을 지망했던 무소속 윤종오 의원을 미방위에 배치했다. 당사자들이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의장이 비교섭단체 국회의원의 전문성과 지망 상임위를 일일이 챙기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이라도 이들 의원들의 지망을 반영해 상임위를 재배정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마저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는다면 공영방송의 권력 종속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만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여론 다양성 회복은 요원해질 것이다. 20대 국회의 각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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