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을 보내는 해직언론인들에게 봄이 찾아올 수 있을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을까. 공영방송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국민을 위한 언론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변화의 바람은 불어오고 있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했고, 야당은 승리했다. 꽉 막힌 미디어 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까. 누구는 희망을 갖고, 누구는 패배의 경험에서 섣부른 판단을 경계한다. 그래도 변화할 수 있는 시그널이다. 20대 국회는 실타래처럼 얽힌 언론계의 현안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여소야대의 국회를 만들어준 국민의 바람을 야당 의원들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20대 국회에 바란다. 해직언론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 MBC와 YTN, 국민일보, 대전일보, 연합뉴스, KBS에서 해직된 언론인이 14명이다. 8년 넘게 해고자 신분인 기자들도 있다. 회사쪽은 1, 2심 해고무효소송에 패해도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는 비타협적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가기를 압박하고 있다. MBC ‘백종문 녹취록’ 파문은 해고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이유로 자행됐는지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약속한 언론인 대량해직 청문회 또는 특별법 제정은 지켜져야 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해내야 한다. KBS와 MBC가 ‘땡박뉴스’를 한다는 오명은 정권 입맛에 맞는 사장을 앉히고, 이사 구성이 정부여당 인사로 편향되며 비판기능을 상실한 것이 큰 이유다. KBS 이사 11명 중 정부여당 추천이 7명, 야당이 4명이다. MBC 방문진은 이사 9명 중 여당 추천이 6명, 야당이 3명이다. 이런 구조에선 다수결로 의안을 통과시키는 현 제도상 막무가내로 안건을 강행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동수로 추천하고, 사장 선임 등 중요 안건은 다수결이 아닌 3분의2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5인 미만 인터넷 언론의 등록을 제한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은 재논의에 부쳐야 한다. 3명 이상인 등록요건을 5명 이상으로 강화했는데, 언론통제라는 비판이 거세다. 기사를 미끼로 광고하는 악덕 언론사를 잡자고, 소수언론이지만 권력을 감시하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해온 많은 언론에 족쇄를 채우는 시행령이다. 열악한 상황에도 고군분투하는 언론인들을 퇴출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언론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는 금언은 언론자유는 어떤 조건에서도 훼손될 수 없다는 명제다.
기사와 댓글의 삭제·수정권한을 확대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추진도 살펴봐야 할 문제다. 언론사에 정정·반론보도 외에 기사 수정이나 보완, 삭제 등의 조치 의무를 갖게 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도 언론사 기사에 피해구제를 포털에 신청하면 검색이 되지 않게 임시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자신한테 불리한 기사를 감추려고 악용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특히 언론중재법 개정안 내용 중에 댓글 삭제 등의 조처는 신중하게 다뤄야 할 문제다. 기사에 대한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을 주고받는 행위로, 그 과정을 통해 건전한 여론이 형성되는 순기능의 측면이 강하다. 가시 돋친 언어로 서로 공격하는 댓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법의 심판대에 올라가 삭제를 요구하고, 언론중재위가 심사하는 것이 어떤 실익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언론계에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희망이란 단어가 어느 때보다 가깝게 다가온다. 20대 국회가 언론자유와 공정보도 언론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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